|
로얄 알버트 홀- ilovestage.com 이미지 라이브러리 제공 |
|
런던 웨스트엔드의 트라팔가 극장(Trafalgar Theatre)을 포함해 지나가다 가끔 붉은색 조명이 켜져 있는 공연장을 보았다면 Covid-19으로 공연장이 폐쇄된 지 1주년을 다시 떠올리기 위한 작은 이벤트(#WeMakeEvents)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져나간 이번 캠페인(The Light It in Red campaign)은 영국을 포함한 세계 공연장들이 참여해 야간 공연장 건물 전체에 홍등을 밝힘으로써 살아남은 업계의 ‘연대’를 구축하고 경제적 어려움으로 어쩔 수 없이 활동을 접어야 했던 슬픈 1년을 기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런던의 국립극장(NT), 셰익스피어 글로브(Shakespeare’s Globe), 콘월의 바닷가에 위치한 야외 미낙 극장(Minack Theatre)까지 포함해 많은 공연장들이 참여했고 펜데믹의 아픔을 함께 위로했습니다. 동시에 예술가들과 스탭, 그들 못지않게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가족 모두를 지원하자는 희망의 메세지도 함께 하고있어 유명 배우들과 가수들도 참여해 ‘#WeMakeEvents’라는 자선 모금운동(비디오 제작)을 전개했습니다.
특히 가수 프랭크 터너가 캠페인을 위한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출시하면서 지금이라도 어려워하는 영국 공연계에 소정의 기부 의사가 있는 경우, 테스트(70085)메시지를 통해 ‘ONETWO’이후 기부 액수를 적으면 된다고 합니다.
---------------------------------------------------------------------------
|
공식 포스터- ilovestage.com 이미지 라이브러리 제공 |
오픈 확정된 주요 뮤지컬과 과제
웨스트엔드의 인기 공연들이 오랜 겨울잠을 끝내고 다시 화려한 복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7월 29일부터 뮤지컬 라이온 킹이 사회적 거리 두기 없이 1999년부터 코로나 전까지 롱런했던 과거처럼 정상적으로 오픈 될 예정이고, 여름을 준비하며 오픈을 확정한 공연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왕자(The Prince of Egypt, 7월 1일), 식스(Six, 5월 21일), 제이미(Everybody's Talking About Jamie, 5월 20일)가 확정 일정을 발표하고 있으며 신작으로는 작년 5월 중순에 오픈 예정되었던 뮤지컬 백투더퓨쳐(Back to the Future, 8월 20일), 프로즌(Frozen, 8월 27일)등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런던의 대표적인 극장가(Theatreland)인 웨스트엔드에서는 공연만 존재한다고 과거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는 없습니다. 관극의 체험이란 예매의 순간부터 집을 나서서 공연을 보기 전후에 이루어지는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고 평가되는 것이기에 극장가 주변의 인접 산업이 함께 정상화 되어야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자유로운 이동이 시작되고 사람들이 심리적 안정을 다시 찾을 때 까지는 정상 복귀가 쉽지 않겠지만 코로나 제제, 거리 두기 폐지가 되면 공연 시장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기에 호텔과 레스토랑같은 주변 인프라의 빠른 회복이 필수라며 ‘No dinner, no show’의 외침이 극장가 오픈과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
|
웨스트엔드- ilovestage.com 이미지 라이브러리 제공 |
암흑의 365일
영국 공연계는 작년 2월말까지만 하더라도 지극히 정상이었고 심지어 같은 해3월 12일 뉴욕 브로드웨이가 폐쇄를 발표하는 시점에도 영국은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주 월요일 존슨 총리의 “일반인들의 극장 출입을 자제해 달라”는 권고를 런던 극장 협회(SOLT)가 폐쇄의 사인으로 해석해 마침내 막을 내려야할 시점을 발표하기에 이르고 2020년 3월 16일 저녁 공연을 끝으로 그렇게 “암흑의365일”이 시작되었죠.
이 시기부터 런던 국립 극장(NT)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스트리밍 서비스가 시작되었고 4월 2일 첫 작품으로 유튜브에 소개된 연극 <한 남자와 두 주인>(One Man, Two Guvnors, 2011)은 스트리밍 2시간 40분만에 20만명 이상의 관객이 보게 됩니다. 국립 극장측에 따르면 이날 디지털 연극의 관람객은 영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필리핀, 이스라엘, 헝가리, 그리고 스페인까지 조사되고 24시간만에 누적 관람객 수가 937,000명을 넘어, 2011년 국립 극장 리틀턴(Lyttelton, 890석)에서의 라이브 공연에 82,223명이라는 총 관객수와 과히 비교할 수 없는 성과를 발표합니다. 팬데믹으로 활동이 중단된 예술가들에게 수입원이 된다는 목표로 무료이나 기부를 할 수 있다는 문구를 넣었고 단 하루도 아닌 당일 저녁에만 £50,000(약 7,500만원)의 기부금이 모입니다. 이로써 영국 국립극장이 맏형으로 ‘스트리밍 디지털 시어터’라는 돌파구를 다시 한 번 열어준 셈이고, 이후 왕립 셰익스피어극단(RSC), 지역 소극장 연극, 대형 상업 뮤지컬 제작사 등 수많은 작품들이 온라인 서비스에 동참하게 되죠. 극장으로서의 생존을 위해 올드빅 시어터(The Old Vic)는 미리 촬영된 것의 편집본을 보는게 아니라 영상 앞에 모인 관객을 대상으로 100% 라이브 공연을 송출하는 방식을 채택하면서 203년만에 라이브 공연의 개념을 다시 쓰기도 했는데, 이런 전환에서 중요한 관점은 공연을 영상화하는 것은 절대로 공연 산업을 대체 할 수 없고 또 공연계를 살리는 방식도 아니지만 사태가 종식되는 시점에 영국의 공연 산업을 빠르게 회복시키는데 그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런던 극장협회(SOLT)와 영국 극장협회(UK Theatre), 그리고 지역에 위치한 소극장, 축제 조직위, 프로듀서 카메론 메킨토시(Cameron Meckintosh)등 수많은 공연계 인사들은 정부를 상대로 성공적인 로비를 하면서 약 150명이 넘는 국회의원의 동의를 받아 15억 7천만 파운드(2조 3천 7백억원)에 달하는 재정 투자 패키지를 이끌어 냈고, 국립극장(NT)의 예술 감독 루퍼스 노리스(Rufus Norris)는 “총리와 재무장관, 그리고 문화부 장관의 강한 신뢰를 보게 되어 매우 감사하고, 무엇보다 영국 정부가 우리가 하고있는 공연 예술이 영국 사회에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해 준 것, 그리고 긴급 추가 자금 지원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담화를 발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 극장은 “400명 직원의 정리 해고를 피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며 그대로 진행 해야했고, 극장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어온 버밍엄 레파토리 시어터(애칭으로 The Rep이라 불리고 영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극단 중 하나)도 40%의 직원 감축을 발표합니다. 돌아보면 환영과 동시에 슬픔이 교차된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이후 공연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로드맵(Roadmap for reopening of theatres) 총 다섯 단계가 발표되었고, 유래없이 취소된 여름 최대의 공연 축제 에든버러 프린지(Edinburgh Festival Fringe)역시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되살아났습니다.
많은 프리랜서 배우들과 스텝들의 소외된 점이 언론에 집중 조명되었으나 동시에 끝까지 살아남으려는 공연장 측의 커뮤니티 프로그램들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예전보다 더 바쁘게 활동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영국 문화 예술계의 프리랜서들을 위한 지원의 핵심은 그들이 협업했던 기관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보존해 기관들이 다시 오픈 되었을 때, 평소 일하던 그 곳으로 복귀하는데 목표를 두었고, 영국 정부의 지원 패키지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도 바로 거기에 있었죠.
당시 모든 산업 분야가 전면 폐쇄라는 어려움을 겪는 동안에도 런던 공연 예술은 일부 예외산업으로 인정되었고, 이에 따라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작년 여름부터 팔라디움 극장(2,286석)에서 팬데믹 시기에도 대극장에서 공연이 가능할지를 놓고 정부와 프로듀서가 함께 세계 최초로 극장 테스트 시작했으며, 놀랍게도 같은 시기에 신작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Sleepless)>, 그리고10월엔 <이머시브 게츠비(Immersive Gatsby)>, 마지막으로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콘서트 버전까지 매진을 보이며 공연에 대한 욕구를 확인했습니다. 물론 유명한 스타 캐스팅, 큰 스케일, 제한된 일정에 미디어에서 앞다투어 공연 소식을 전했고, 영국내 런던만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이 부분에 크게 의존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관객의 욕구와 매진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암흑같은 작년 한 해는 이렇게 흘러 갔습니다.
다른 모든 산업계가 기대하 듯 다시 도약을 준비하는 영국 공연계에 이젠 더 이상의 암전이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