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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연계, 자기검열의 어두운 그림자
코리안위클리  2024/10/31, 20:04:15   

“작품의 예술성이나 완성도와 관계없이,
예술가들은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 자유가 있어야 한다”

최근 영국 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 극장에서 발생한 ‘한여름 밤의 꿈’ 공연 취소 사태는 영국 공연예술계가 직면한 검열과 표현의 자유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번 공연은 이스라엘-가자 분쟁과 성소수자 권리 관련 내용을 포함했다는 이유로 공연이 5주간 전면 취소되었다.
공연 연출가 스테프 오드리스콜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별 사례가 아닌 예술계 전반에 만연한 검열과 공포에 기반한 의사결정의 추세를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공연예술인 노조 에퀴티(Equity)도 성명을 통해 “기금 지원 단체와 압력 단체들이 조성하는 검열 문화의 확산을 거부한다”며 예술적 진실성 수호를 위한 투쟁을 선언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극장의 경영 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맨체스터 로열 익스체인지는 최근 예술감독 체제를 폐지했는데, 이는 예술 창작과 경영 사이의 괴리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분석이다. 특히 과거에는 예술감독이 리허설 단계에서부터 작품을 검토하는 과정이 있었으나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현상이 영국 전역의 극장들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점차 상업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술가들은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반면, 경영진은 정규직이라는 구조적 불균형도 이러한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배우 라라 파르미아니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작품의 예술성이나 완성도와 관계없이, 예술가들은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작품을 만들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작품에 대한 평가는 관객의 몫이지, 이사회나 경영진의 판단으로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영국 공연예술계는 현재 표현의 자유와 경영상의 위험 관리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극장의 자기검열이 단순히 예술가의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을 넘어 공연예술계 전체의 도덕적 권위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결국 공연예술계는 무엇을 이야기하느냐뿐만 아니라, 언제 침묵하느냐에 의해서도 평가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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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극작가들’ 창작의 주역서 조연으로 밀려나나?

포스터에 이름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작가들은 작품의 창작자로서 마땅한 존중과 대우를 받아야


최근 런던의 공연계에서 흥미로운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 공연 마케팅에서 작품의 근간이 되는 작가들의 이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신 무대 디자이너나 조명 디자이너와 같은 다른 제작진의 이름이 더욱 부각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유명 무대 디자이너 에스 데블린의 경우 스톰지에서 U2에 이르는 대형 공연들의 디자인을 맡으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폴 콘스터블의 조명이나 가레스 오웬의 음향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이름은 작품의 성공을 상징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반면 작가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최근 오픈한 “Why Am I So Single?”이 뮤지컬 'Six'의 작가진인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례로 꼽힌다. 과거 캐럴 처칠, 제즈 버터워스, 리 홀과 같은 작가들이 관객 동원력을 가졌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마케팅의 문제를 넘어 작가들의 전반적인 처우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많은 작가들이 계약 과정에서 로열티가 삭감되거나 면제되는 상황을 겪고 있으며, 작품 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R&D 투자는 매우 제한적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작품이 성공을 거두어도 작가의 인지도나 수입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공연계의 상업화가 자리 잡고 있다. 공공 지원을 받는 극장들도 점차 상업 극장의 운영 방식을 따라가면서 감독과 주연 배우 중심의 마케팅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는 신인 작가나 무명 작가들의 경력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영국 영화계의 경우 공공 지원을 받는 작품에서 작가, 감독, 제작자가 동등한 수익 분배를 받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다. 이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음 프로젝트의 R&D나 다른 용도로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연계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다.
작가조합(WGGB)이 계약 문제에서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모든 계약을 검토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저작권 전문 변호사 로버트 테일러는 작가들에게 계약서를 꼼꼼히 읽고, 문서의 편집 이력을 확인할 것을 조언한다.
최근에는 AI 시대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WGGB와 저작권 라이선싱 협회(ALCS)는 AI 개발자들이 작가들의 저작물을 활용할 때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마트 펀드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작가들의 현재와 미래를 보호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극장계 자체의 변화가 필요하다. 다른 주요 제작진과 동등한 계약상의 대우를 보장하고, 작가들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그 시작이 될 것이다. 포스터에 이름이 오르기 훨씬 전부터, 작가들은 작품의 창작자로서 마땅한 존중과 대우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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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간의 브로드웨이 변천사 (1984년~현재)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며
더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

뉴욕 극장들은 지난 40년간 눈부신 변화와 성장을 겪어왔다. 최근 맨해튼 시어터 클럽(MTC)에서 언론 보조로 일했던 하워드 셔먼(뉴욕 베이스의 예술 경영 기고자)이 1984년부터 현재까지의 뉴욕 극장가 변화를 공연 전문지(더 스테이지)에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데, 그는 최근 MTC의 오프브로드웨이 극장을 방문하면서 40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고, 이를 통해 뉴욕 극장계의 대대적인 변화를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브로드웨이의 물리적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다. 1980년대 중반 일부 극장들이 문을 닫았지만, 이후 새로운 극장들이 개관하거나 재개관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마퀴스(1986년), 뉴 암스테르담(1997년), 리뤽(1998년), 토드 하임스(2000년), 손드하임(2010년), 허드슨 극장(2017년) 극장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네덜란더 조직이 마크 헬링거 극장을 타임스퀘어 교회에 임대 후 매각한 것과는 대조적인 변화였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1984-85 시즌의 총 흥행 수입이 2억 9백만 달러였던 것에 비해,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시즌에는 18억 달러를 기록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은 브로드웨이의 쇠퇴기로 여겨졌는데, 특히 1994-95 시즌에는 새로운 뮤지컬이 단 두 편만 공연되었고, 그 중에서도 오리지널 스코어를 가진 작품은 ‘선셋 블러바드’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수요와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며 브로드웨이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점차 사라졌다.
오프-브로드웨이(런던의 프린지 극장과 같음)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찰스 루드램이 에이즈로 사망하면서 리디큘러스 시어트리컬 컴퍼니가 문을 닫았고, 랜포드 윌슨 등 미국 극작가들의 요람이었던 서클 레퍼토리 컴퍼니도 1990년대 후반에 사라졌다. 하워드 애시먼과 앨런 멘켄의 창작팀을 육성하고 ‘리틀 샵 오브 호러’를 탄생시킨 WPA 극장도 새천년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1960-70년대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니그로 앙상블 컴퍼니도 1990년까지 원래의 구조를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새로운 극단들이 등장하거나 크게 성장했다. 애틀랜틱 시어터 컴퍼니, 시어터 포 어 뉴 오디언스, 시그니처 시어터, 세컨드 스테이지 시어터, 프라이머리 스테이지, MCC 시어터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라운드어바웃 시어터, 세컨드 스테이지, 맨해튼 시어터 클럽 등이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면서 비영리와 상업 극장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이들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의 명맥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며, 최근에는 더 수익성이 높은 뮤지컬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증진이다. 성별, 인종, 민족, 장애 등과 관련된 형평성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임금 불평등과 성희롱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백인 남성이 지배하던 극작가, 연출가, 예술감독 자리를 이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들이 함께 나누고 있다. 릴리스와 극작가 길드의 ‘카운트’ 조사, 아시안 아메리칸 퍼포머스 액션 연합의 ‘가시성 보고서’ 등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하고 기록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공공극장은 아스터 플레이스의 본거지를 계속 유지해왔으며, 린 메도우는 197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MTC의 예술감독직을 맡고 있다. 또한 기존 매체와 새로운 매체 모두 소규모 극장의 작품이 더 매력적이고 예술적 영향력이 큰 경우에도 브로드웨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도 여전하다.
셔먼은 프로메나드 극장, 25달러의 반값 티켓, 뉴욕 타임스 로비에서 첫 신문을 기다리던 시절 등 과거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지만, 역사는 현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이며 더 중요한 것은 현재에 집중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말처럼 “극장은 변할 수 있으며, 실제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뉴욕 극장가는 새로운 도전과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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