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 서부까지 사정거리에 넣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가 초긴장 상태에 들어섰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둘러싼 논란을 떠나 다시 한번 관심을 끄는 것이 한국의 ‘미사일 주권’ 현실이다. 미사일 개발 및 발사 자체는 기술적으로 볼 때 국제법상 아무 문제가 없는 행동이다.
현재 한국은 사정거리 300㎞, 탄두 중량 500㎏ 이하의 미사일만 개발 가능하다.
지난 2001년 3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7년 미국 주도로 구성되어 현재 34개국이 가입한 MTCR은 미사일과 관련된 기술·부품·장치 및 미사일 자체의 수출을 통제하는 제도이다.
한국이 미사일 사거리와 탄두 중량에 제한을 받게된 것은 역사적 연원이 있다. 지난 1978년 박정희 대통령 때 한국은 지대지 ‘백곰’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 백곰 미사일 자체는 미국의 지대공 미사일인 나이키 허큘리스(NH)를 모체로 개발됐다.
미국은 처음에 백곰 미사일 계획에 반대했다. 사거리 100km가 넘는 미사일은 오차가 100m 이상 발생하는데 핵이나 화학 탄두를 장착하지 않는 한 비용·효과면에서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즉 한국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은 곧 핵탄두 개발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봤던 것이다.
결국 양국은 협상 끝에 미국은 기술 지원을 하는 대가로 “사거리 180㎞이하, 탄두 중량 1000파운드(453㎏) 이하의 미사일 개발만 양해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 양해 사항은 전두환정권이 들어선 뒤 공식 외교문서화 됐다. 아무튼 이 때문에 한국은 군사용이든 우주 개발용이든 사거리 180km를 초과하는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북한은 1980년대초부터 탄도 미사일 개발 계획에 착수해 옛 소련제 지대지 미사일인 스커드B를 개량해 사정거리 약 500km의 스커드C를 자체 생산해 배치했다.
또 1993년에는 사정거리가 약 1300km인 노동 1호를 시험 발사했고 1997년에 작전배치했다. 1998년 8월 31일에는 사정거리 2500㎞ 안팎으로 알려진 대포동 1호 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의 미사일 사정거리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일본까지 확실하게 넓어진 것이다.
이런 불균형 때문에 국내에서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1995년부터 한·미 간에 미사일 관련 회담이 열렸고 2001년 1월 17일 최종적으로 타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사거리 300㎞, 탄두중량 500㎏ 이내의 군사용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게 됐으며,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하기로 했다.
한국은 그 해 3월 MTCR에 33번째로 가입했다. MTCR에 가입하면서 미사일 및 우주개발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여전히 ‘미사일 주권’에 대한 제한이 크다는 비판도 많다.
한국은 MTCR에 가입하면서 이른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방식을 적용받기로 했다. 즉 탄두 중량을 500㎏ 이하로 줄일 경우 일정 범위 안에서 사거리 연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탄두 중량 500㎏이하의 경우 군사용으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사거리의 경우 시제품 개발과 시험발사를 하지 않을 경우 300㎞ 이상의 군사용 미사일 연구도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제품 개발과 시험이 없는 이론상 연구는 사실 무의미하다.
민간용 로켓의 경우도 사거리 규제 없이 무제한 개발·시험발사·생산할 수 있도록 했지만 액체연료 방식으로만 추진체를 개발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군사용 미사일에 사용되는 고체연료 방식에 대한 연구 개발이 불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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