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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스토리를 바탕으로 앨리샤 키스의 노래로 구성된 신작 뮤지컬 <헬스 키친>이 브로드웨이에서 프리뷰 공연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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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엔드에서는 한동안 도시 런던을 기념하는 뮤지컬을 보지 못했다며 “런던이 뉴욕을 본받아야 하나?”라는 목소리가 공연계 내부에서 나왔다. 오늘날 영국 뮤지컬 작곡가들이 런던을 배경으로 한 오리지널 뮤지컬을 작곡하는 것을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곡가들이 뉴욕을 배경으로 도시와 사람들의 정신을 담아내는 공연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미국과는 대조적이다.
맨해튼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헬스키친> 뮤지컬은 작년 말 뉴욕 퍼블릭 시어터에서 열린 공연의 반응이 좋았고 뮤지컬의 2막에서 키스와 제이지의 뉴욕 찬가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이 홈그라운드에서 공연될 때 뉴욕을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런 관객의 반응은 가장 열성적인 뉴욕 극장 관객들에게도 전염되고 있다.
참고로 제목 <헬스키친>은 영국 고든람지가 나오는 TV프로그램이 아니라, 맨하탄의 한 지역 이름이다. 19세기 중반 산업 발전기의 중심지이기도 한 이곳은 당시 갱단이 이 지역에 등장하면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이라고 불리게 되어,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는 아일랜드인, 이태리인 등 많은 이민자들이 뒤섞여 서로 잘 어울리지도 못하면서 임금 노동자로서 적당히 뒤섞여 살아가던 지역이기도 했다. 영화 《데어데블》의 주배경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헬스키친>은 <인 더 하이츠>, <렌트>, <뉴욕, 뉴욕>, <컴퍼니>, <헬로, 돌리!>, <원더풀 타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메리 위 롤 어롱>, <가이즈 앤 돌스>, <스파이더맨: 턴 오프 더 다크> 등 뉴욕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의 긴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각각의 작품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뉴욕이라는 도시에 보내는 러브레터다.
린 마누엘 미란다의 <인 더 하이츠>를 예로 들면, 많은 관객이 뮤지컬의 배경이 되는 교외 지역인 워싱턴 하이츠를 방문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관광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돌아보면 과거 런던을 기념하는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황금기를 누렸던 시절이 있었다. 1904년 조지 M 코한이 브로드웨이에 안부를 전하며 노래한 이래로 미국 뮤지컬 작곡가들은 뉴욕을 배경으로 삼아 작품을 만들었다. 하지만 미국 작가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지난 4월초 웨스트엔드에는 새로운 뮤지컬인 두 명의 낯선 사람<(Two Strangers>이 공연되었는데 영국 작가가 쓴 매력적인 2인 뮤지컬이다.
소원해진 아버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영국 청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버지 예비 신부의 여동생과 함께 뉴욕을 여행하는 하루는 두 사람에게 새로운 발견의 항해가 되는데 작가가 그 생각을 뒤집고 런던을 배경으로 삼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만약 그랬다면 웨스트엔드 관광 중심지인 피카딜리 서커스의 크리테리온 극장에서 공연되기 때문에 런던을 배경으로 하는 것만으로 흥미롭고 잠재적 수익성이 높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레조넌스 컨설팅의 세계 최고의 도시 순위에서 런던은 올해도 8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 뮤지컬의 명성에 있어서는 3위인 뉴욕에 뒤쳐져 있다.
런던은 뮤지컬 공연 장르엔 먼저 공간으로서 미국 뉴욕보다 떨어지고, 덜 힙하다는 정체성 문제를 겪고 있을까? 특히 웨스트엔드에서 꾸준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디 뮤지컬 작곡가 세대 사이에서는 그런 것 같다.
런던을 소재로 한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서 황금기를 누렸던 시절 <미 앤 마이 걸>, <올리버!>, <메리 포핀스> 심지어 <캣츠>가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애써 떠올려야 할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 작가들이 최근 현대 뮤지컬의 영감과 배경으로 뉴욕을 사용했다면, 런던은 이와 같은 측면에서 앞서 나가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런던 팝 밴드 매드니스의 명곡을 사용한 <아워 하우스>는 영국 뮤지컬의 명작 중 하나인 팀 퍼스의 대본으로 제작되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다. 2014년에는 킹스의 뮤지컬 <써니 애프터눈>이 더 오래 공연되었지만 기억에 남지 않았고, 젊은 도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그리고 이 두 공연의 노래 카탈로그는 해외 관객을 끌어들이기보다는 국내 관객에게 더 호소력이 있었다. 필자가 <아워 하우스>의 한국어 공연을 추진했지만 국내 공연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브리티시 팝 밴드 ‘매드니스’가 누구인지 설명하는데 꽤 오랜 시간만 낭비했을 뿐이다.
반면, 뉴요커 키스는 음반 아티스트로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헬스 키친(그녀가 자란 곳)>에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글로벌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미란다, 스티븐 손드하임, 제리 허먼, 존 캔더, 프레드 엡, 조나단 라슨은 모두 많은 뮤지컬에 자신의 고향 도시를 담아내고 발전시켰다.
지난 4월 18일 런던 국립 극장에서 찰스 디킨스의 <우리들의 친구(Our Mutual Friend)>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런던 타이드(London Tide)>가 런던을 다시 뮤지컬의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을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게도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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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4일 런던 손드하임 극장에서 열린 레미제라블 공연을 방해한 <저스트 스탑 오일> 시위대 @ BBC |
‘레미제라블’ 무단 침입 혐의 유죄 판결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대, 당일 티켓 6만 파운드 환불
웨스트엔드 공연 레미제라블을 방해한 5명의 ‘Just Stop Oil’ 시위대가 결국 가중 주거침입(Aggravated trespass)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나 테일러, 리디아 그리빈, 하난 아미르, 노아 크레인, 포피 블리스가 지난 4월 19일 웨스트민스터 치안법원에서 각각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판사는 활동가들이 공연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브리오니 클라크 판사는 “단순히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곳에 앉아 있다고 해서 무단 침입자라고 볼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공연이 진행 중이었고, 아역 배우를 포함한 출연진들이 무대에 있었고, 노래를 부르는 도중에 있었고, 관객들은 공연을 보기 위해 그곳에 있었습니다 [...] 시위대의 행동으로 인해 공연은 중단되어야 했고 직접적인 결과로 공연을 계속할 수 없었다.”
특히 그리빈과 크레인은 공연이 진행중이었던 손드하임 극장의 오케스트라 피트에 약 2,500파운드의 수리가 필요한 손상을 입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런던에서 이틀간 열린 재판에서 법원은 공연이 약 1시간 30분 전에 취소된 환경 시위로 인해 극장 운영자가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5만 6,878파운드의 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고 판결했다.
다섯 사람은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나요?’ 공연 도중 케이블 타이로 서로의 몸을 고정하고 무대에 올라가 약 1,000명의 관객 앞에서 “석유를 멈춰라”와 “쇼는 계속될 수 없다”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소란을 피웠다.
활동가 그리빈은 법정에서 레미제라블을 “좋아한다”고 말했고 웨스트엔드에서 세 번이나 관람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는데, 이번 시위로 인해 발생한 약 6만 파운드의 비용 중 대부분은 환불된 티켓이며, 약 2,500파운드는 크레인과 그리빈 행동의 순간에 자리를 잡았던 오케스트라 피트에 대한 물리적 피해에 해당한다.
물론 극장과 제작사는 보험을 통해 해당 비용을 회수했으며, 검찰은 이 보상금에 비추어 시위대로부터 보상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데 동의했다. 보상 신청을 하지 않은 이유는 제작사에서도 극장 업계 및 관객의 많은 사람들과 함께 기후 변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고 있으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평화적인 시위와 언론의 자유는 우리 민주주의의 초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특정 사건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으로나 재정적으로 불균형하고 불합리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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