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위·변조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지난해 9월 선보인 전사 방식의 새 여권에 대해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새 여권 도입 이후인 지난해 말부터 여권을 발급 받기 위해 민원인들이 이른 시간부터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새 여권 제작작업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권 발급 기관의 발급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7일 오전 8시 서울 종로구청 제1별관에 위치한 여권민원실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수백명이 몰려들어 북적댔다. 오전 8시40분부터 배부를 시작한 680장의 번호표는 불과 30여분 만에 동이 났다. 최모(42)씨는 “여권 발급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며 “새 여권의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국민이 불편을 느낀다면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종로구청 여권과 행정팀 염영섭(50) 주임은 “오전 5시면 어김없이 여권 신청을 기다리는 줄서기가 시작된다”며 “일선 구청은 외교통상부의 지침에 따라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대행 기관일 뿐이어서 뾰족한 개선책을 내놓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새 여권이 사진을 직접 붙이는 대신, 인쇄해 넣는 방식으로 바뀐 데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새 방식은 사진 판독에만 최소 2~3일이 걸려 과거에 비해 구청이 처리할 수 있는 여권 발급량이 20% 가량 줄어들었다. 여기에 지난해 7월 주5일 근무제 확대로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나면서 여권 발급 수요자의 적체가 가중되기 시작했다.
접수 적체 현상은 서울과 경기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전체 여권 발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발급 기관은 턱없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보다 인구가 많은 경기지역에는 6월 3곳이 여권 발급기관으로 추가 신설되기 전까지 3곳(서울은 10곳)에서만 여권을 발급했다.
‘급행료’ 통한 은밀한 거래까지
이에 따라 대전 등 여건이 좋은 지방으로 원정을 가 여권을 발급을 받는 진풍경이 벌어지는가 하면 접수 번호표에 웃돈을 얹어 파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한 서류대행 업체 사장은 “발급 대기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추가 경비도 수십만원까지 치솟는다”며 소위 ‘급행료’를 통한 은밀한 거래를 털어놓았다.
외교부는 적체 사태가 장기화하자 ‘중앙집중식 지역통합 발급제’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중앙에서 발급 장비와 전산망의 원스톱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지만 전산망 통합 작업에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장은 도움이 안 된다.
결국 최선의 해결책은 발급 기관을 늘려 수요를 분산시키는 일이지만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사전예약 시스템을 갖추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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