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7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발파 공사를 시작하고 야당 대표가 현장까지 달려가 강력 반발하면서 이 문제가 4·11총선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이날 해군기지의 방파제 공사를 위한 ‘구럼비 해안’ 발파가 실시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서둘러 제주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당 관계자는 “그만큼 시급한 현안이기 때문에 오후 일정을 취소하고 내려갔다”고 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과 천정배 전 최고위원,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등 야권 핵심인사들은 이날 새벽부터 현장에서 연좌 농성을 벌였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현장을 찾은 한 대표는 강정마을 공사현장 정문 부근에서 “최고위원회의 도중 발파 이야기를 듣고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이명박 정부에 요구했으나 메아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정부는 4년째 완전불통으로 우리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짓밟고 있다”며 “야권연대를 이뤄 총선에서 승리해 해군기지 공사를 중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당 안팎에선 ‘실패한 공천’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위기에 몰린 한 대표가 국면 전환을 위해 급히 해군기지 공사 현장을 찾았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 선명성을 보임으로써 제주 해군기지 찬반 논쟁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와 함께 총선 이슈로 부각해 위기를 돌파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한 대표는 한미 FTA에 이어 이 문제에서도 ‘말 바꾸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총리 시절인 2007년 2월 국회에 출석해 “대양해군을 육성하고 남방항로를 보호하기 위해 해군기지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말해 놓고, 정권이 바뀌어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 시작되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나친 표변이라는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확정됐다. 이날 현장에서 일부 주민이 한 대표에게 “총리 시절 해군기지를 확정하지 않았느냐.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비난하면서 한 대표의 차량 밑에 눕기도 하고 당직자들과 몸싸움까지 벌인 것은 이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지역 주민, 정부, 안보 관계자, 전문가가 다 모여서 많이 토론하고 협의한 결과 국익에 도움된다고 결정 내려진 사안이다. 지속적으로 건설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FTA 추진했던 사람들이 폐기하자고 주장하고 이제는 제주 해군기지마저 자신들이 추진해놓고 반대한다고 소동을 피우고 있다. 과거에 자신들이 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부정하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도 전혀 얼굴색이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면 철면피라는 말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