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 되니 이러다 다 죽겠구나.'
퇴근 길 땀내나는 호주머니에서 천 원 짜리 세 장을 꺼내 로또복권을 사 손에 쥡니다.
내년 12월이면 퇴직인데 무엇을 하며 살았나 나는 가을 바람이 나에게 물어옵니다.
바람이 보입니다.
그는 오래된 나무에서 이별을 준비하는 낙엽들을 무등에 태워 땅으로 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나도 저 나무에서 살던 모든 명암과 함께 바닥으로 내려와 어딘갈 향해 또 유유히 걸어가야 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살았다면 이젠 새로운 목표가 필요할 거야.'
로또가 당첨되면 스키를 살까 아니야 스포츠카를 사 먼 여행을 갈거야하며 골목을 돌아서는데 폐업으로 여기저기 불 꺼진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옛날 저기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행복이발소가 있었는데 어느 새 사라져 깨진 유리창 너머로 찬 바람이 길을 내고 있습니다.
'로또가 당첨되면 저 곳에 내가 좋아하는 뱅크시 그림을 사 걸어 둘 거야.'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영국 어느 시골 시장 뒷골목은 아니겠지만 사람 사는 것 정서는 거기서 거기니까 기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뱅크시 그림을 사 이발소 안에 걸어둘 거야하며 집으로 걸어갑니다.
'사람 사는 거 죽으란 법 있것나.'
인구가 줄어 소멸의 위기를 맞고 있어 아이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을 따는 것보다 더 힘드니 이런 일을 어디 상상이나 했겠나, 어린 시절 만화에서 화상폰을 보고는 만화니까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그런 일이 오더니 이런 일도 오고야 말았으니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뱅크시 뱅크시 앗싸 로또만 되면 잘 될 거야 우리 마을에 유명한 작가 선생님 그림이 걸리면 우리 마을은 다시 대박이 날 거야. 나의 로또 번호는 01 04 09 12 33 35 입니다. 거짓 희망에 잠시 미랠 걸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