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의 자제들이 이번 인사에서 단번에 회장이나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현대백화점의 정지선 부사장은 올해 나이가 32세이다. 또 올 초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현대자동차의 정의선씨와 BNG스틸 정일선씨의 나이도 각각 34세, 33세이다.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은 25세에 경영관리팀에 입사한 이후 2000년 차장, 2001년 이사, 2002년 1월 부사장에 승진한 뒤 불과 1년도 안 돼 그룹 총괄 부회장에 올랐다. 입사 후 2년간의 유학생활을 제외하면 평직원에서 그룹 총괄부회장까지 걸린 시간은 3년 에 불과하다.
“이들이 탁월한 경영 능력을 발휘해 승진한 것이냐”는 질문에 현대 홍보담당자조차 “농담하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2세 경영이 반드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오너 경영은 나쁘고 전문 경영이 반드시 좋다는 발상은 편협하고 위험하다. ‘오너 경영이냐 전문 경영이냐’는 논쟁의 핵심은 능력이 검증됐느냐는 것이다. 기존 사업이든 신규 투자든간에 탁월한 지도력과 좋은 성과를 기록했다면 누구도 2세·3세의 경영 참여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단지 오너의 아들·사위·조카라는 이유만으로 남보다 10년 빨리 승진했다면 투자자는 물론 같은 회사 임직원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만약 경험부족의 경영인 때문에 기업이 부도가 난다면 그 고통은 임직원이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장수기업의 비결인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연장자의 경험을 요즘 대기업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