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TV의 자동차전문프로그램인 <톱기어 Top Gear>에서 “값싼 한국차 성능도 형편없다”고 강조하면서 여러차례 노골적인 비난까지 담은 내용을 방영했다.
26일과 27일 저녁 BBC2를 통해 두 차례(본방, 재방) 방송 후 본지에는 독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너무 화가 났다’ ‘한국차 때리기 내지 죽이기이다’ ‘한국차 판매급증에 따른 흠집내기’ 등….
어느 독자는 ‘상당부분이 과장·왜곡되었으나 중고차 판매가격이 너무 낮고 부품값은 너무 비싸다 등 우리업체가 반성할 대목도 있었다. 여하튼 더 좋은 차를 만들도록 계속 노력해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60분짜리 이 프로그램은 현대·기아·대우차 등 한국차 분석에 17분 정도를 할애했다.
BBC의 장수프로그램으로 3명의 진행자가 등장하는 <톱기어>는 평소 ‘재규어·랜드로버·아스톤 마틴 등 영국차에 대해서는 관대하며 독일·일본·미국·한국 등 외국차에 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엄격한 판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 공정성이 의심된다.
<특별취재반>
BBC 2채널은 지난 26일(일) 저녁 황금시간대인 8시 30분과 27일(월) 오후 10시 50분(재방) 두 차례에 걸쳐 <BBC 톱 기어 TOP GEAR> “태평양 주변국가의 자동차들을 탐방해보자” (We take a look at cars from the Pacific rim)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차 크기는 폭스바겐 Golf와 같지만 가격은 햄 샌드위치 정도로 싸다”면서 그러나 “시청자들의 저녁시간을 허비하게 만들었다. 한국 자동차에는 좋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한국차는 싸기만하고 기능은 형편없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자동차 성능에 대한 비교 차원을 넘어서 한국차 전체를 매도했다.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 제레미 클락슨은 직접 한국차를 시승하면서 “기아차가 얼마 전 보행자협회에서 추진하는 버스타기운동과 걷기 운동에 후원을 하고 있지만 내가 기아차 중에 하나를 가지고 있다면 나 역시 걷고 싶을 것”이라고 조롱했다.
또 “만약 당신이 집에서 현대 액센트 자동차 브로셔를 보고 있다면 절대 현대차를 사지 말고 차라리 중고 폭스바겐 골프차를 사라”고 권유한 뒤 액센트 이름을 빗대 “accident(사고)다”고 말했다.
특히 BBC진행자는 현대자동차의 Getz(한국차명:클릭)을 예로 들면서 “가속력과 연비가 좋지 않고 소음도 무지 심한데 바로 이것이 싼 이유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 운전하지 못하겠다. 한국과 말레이시아(태평양 언저리 국가)에서 온 차중에 괜찮은 걸 찾아보려 했지만 성과가 별로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클락슨 진행자는 “한국 자동차 회사 노동자들의 임금은 거의 영국 자동차 공장 노동자 임금과 맞먹을 정도로 결코 싸지 않다”고 말해 임금이 비싼 반면 한국자동차 가격이 싼 것은 결국 싸구려 부품들을 쓰기 때문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한국자동차를 타는 대신 조악한 가전제품을 타겠다”
프로그램의 압권은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들은 세탁기와 냉장고 전자렌지를 조악하게 조립해 만든 자동차 모형의 조립품을 선보이면서 “그들(한국)은 자동차를 가전제품 만들듯이 한다. 거기엔 영혼도 없고 열정도 없으며 누구나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한국산 가전제품 자동차다”라고 외친다.
그리고 가정용 전자제품에 바퀴를 단 조립품을 움직이며 이렇게 외친다.
“나 이거 살래! 이것이 아까 내가 몰았던 현대 accident(사고, 액센트 비유)보다 훨씬 좋다”고 프로그램을 마쳤다.
이같은 사실을 처음 제보한 영국에 사는 ‘시미가 사는 곳’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인 유학생은 “공영성을 생명으로 하는 영국 BBC에서 한 국가의 자동차 산업 전체를 조롱하는 분위기로 문제를 삼은 것을 공론화하기 위해 화면을 캡처해 올린다”면서 “아무리 유럽에서 제품광고를 많이 한다 해도 이런 프로그램이 한번 방영되면 다 쓸모없는 일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자동차 회사들 “어이없다. 유럽·영국서 한국 자동차 판매증가 시기탓”
한편 현대자동차측은 <BBC>프로그램 방영과 관련한 노컷뉴스의 질의와 관련해 “올 한해 유럽수출이 32만대에 이르러 지난해와 비교할때 26%의 신장률을 보였고 영국의 경우 전체로는 3만2천대가 팔려 지난해 2만7천대보다 20%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BBC가 문제를 삼은 Getz(한국명 클릭)는 무려 1만3천5백대가 올해 판매될 정도로 히트 상품인데 이같은 판매 실적을 견제하기 위한 감정적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아자동차측도 “현재 프로그램의 정확한 방영 배경에 대해 현지 상사를 통해 파악하고 있으며 한국차를 값싼 쓰레기차로 폄하하고 왜곡한데 대해 분명히 문제를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