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폭풍이 심하게 부는 어느날 배가 엄청난 파도에 심하게 요동치자 한슨 그레고리 선장은 도너츠를 선실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핸들의 한쪽 나무에 도너츠를 꾹 눌러 꽂았다. 이것이 도너츠에 구멍이 뚫린 이유이다. |
|
①폭풍 속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②가운데 부분 잘 익지 않아 일부러 잘라내
서양 사람들은 뭔가 달콤한 것 - something sweet- 을 좋아한다. 그래서 코스식 정찬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나 초콜렛이 첨가된 메뉴들이 많다. 이러한 식습관은 커피 혹은 가벼운 음료수와 함께 당분이 첨가된 비스켓, 머핀 혹은 여러 종류의 파스테리로 가볍게 식사하는 트렌드를 유행 시켰다. 특히 미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커피와 함께 간단하게 먹는 편리식이 바로 도너츠이다.
도너츠는 종류도 많고 크기도 다양하다. 가볍게 튀긴 것도 있고 깊고 무겁게 튀긴 것도 있다. 설탕이 듬뿍 발라져서 손에 끈적끈적하게 붙는 도너츠도 있지만 텁텁하고 무덤덤한 것도 있다. 이중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아무래도 고리처럼 가운데 구멍이 뚫린 도너츠일 것이다.
원래는 구멍이 없는 일반 도너츠들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개구장이 아이들이 손가락을 집어 넣고 장난치기 딱 좋을 정도로 구멍을 뻥 뚫어 놓은 이유는 무엇일까. 평이한 빵 보다는 좀 특이한 모습을 보이려고? 아니면 손가락을 집어 넣어 먹기 편하게 위해서? 아니면 밀가루 반죽을 아끼려고? 이런 저런 상상과 추측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정들은 구멍 뚫린 도너츠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왔다. 그 이야기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데 이야기의 중심에 한슨 그레고리 라는 사람이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이야기로 한슨 그레고리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어린 나이에 배를 타기 시작한 한슨 그레고리는 선원으로 일찍이 재능을 발휘했다. 폭풍이 심하게 부는 어느날 배가 엄청난 파도에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선장의 임무로 배를 책임지고 있었던 한슨 그레고리는 두 손으로 배의 핸들을 꽉 잡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한 손에 도너츠를 쥐고 있던 한슨 그레고리는 어쩔수 없이 핸들의 한쪽 나무에 도너츠를 꾹 눌러 꽂았다. 도너츠를 선실 바닥에 떨어뜨리지도 않고 배를 잘 운항할 수 있었다. 이것이 도너츠에 구멍이 뚫린 이유이다.
구멍 뚫린 도너츠는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참가한 미국 군인들이
어깨에 맨 총구 꼭대기에 끼워 다니면서 모국의 향수를 달래던 음식이었다.
두 번째 이야기는 한슨 그레고리 본인이 직접 이야기한 것인데, 이 때 한슨 고레고리는 고령이라 다소 정확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다. 한슨 그레고리와 그의 선원들이 먹었던 도너츠는 양도 많고 맛도 풍부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도너츠의 주변 부분은 기름에 잘 튀겨져서 먹기 좋게 잘 익었는데, 도너츠 가운데 부분은 제대로 익지 않아 언제나 소화가 잘 되지 않았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골똘히 생각하던 한슨 그레고리는 기발한 발상을 하게 되었다. 배안에 있었던 함석 박스를 뜯어 내어 도너츠의 가운데 잘 익지 않은 부분을 동그랗게 잘라버렸던 것이다. 그러자 잘 익은 부분만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소화도 잘 되었다. 항해 후 집으로 돌아온 한슨 그레고리는 어머님께 자신이 개발한 도너츠 만드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어머님은 한슨 그레고리가 알려준 방식대로 만든 도너츠를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사람들은 어머님이 만든 그 도너츠를 너무 좋아해서 그 방식을 모두 따라 했다.
1872년 존 브론델이라는 사람이 도너츠에 구멍 뚫는 기계를 처음 만들었으나 상용화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1920년 뉴욕주의 아돌프 레비라는 사람이 대량으로 도너츠에 구멍 뚫는 기술을 상용화시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도너츠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구멍 뚫린 이 도너츠는 또한 1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참가한 미국 군인들이 모국의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음식으로 배급되면서 좀더 미국적인 음식의 지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전쟁터의 군인들은 가운데 구멍이 뚫린 이 도너츠를 어깨에 맨 총구 꼭대기에 끼워서 다녔다고 하니 이 또한 우습고 재미난 풍경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던킨 도너츠는 영어로 dunking donuts였다. 이것이 약자로 Dunkin’ Donuts 로 되었는데 이 과정 또한 유쾌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도너츠가 미국에 막 퍼져 나갈 초창기 무렵, 브로드웨이의 여배우 마에 머레이가 맛있게 먹던 도너츠를 커피에 빠뜨리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후일 영화에서 이런 장면이 소개되면서 도너츠의 대명사 같은 상호로 정착하게 된 것이다.
도너츠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대도시에서 각광 받는 음식인데 미국에서는 특히 뉴욕에서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커피와 함께 먹는 도너츠는 이제 대도시 젊은 사람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97년 영국으로 유학와서 ‘음식문화’를 전공으로 박사과정을 수학 하고 15년째 영국에서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Fashion Food 21. Ltd의 Directing Consultant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Eating/Dinning out trend 를 분석하여 사업자에게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공하는 일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ESSEN, 주간조선, 마이다스 등의 잡지에 음식칼럼니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