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국 만두는 삼국지의 영웅호걸 중 가장 빛나는 귀재 제갈공명이 풍랑이 거센 강을 군사들과 무사히 건너기 위해 만든 제사 음식에서 시작됐다. |
|
삼국지 명장 제갈공명의 지혜가 만들어낸 제사 음식서 유래 음식에 관한 이야기 중에는 전쟁과 관련된 것들이 많이 있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주로 음식이 원인을 제공하는 불행한 경우가 많다. ‘먹는 일’이 나라의 생존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전시에 벌어진 음식에 관한 일화 중에 재미난 이야기 하나 있으니 바로 ‘만두’이다. 만두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 아시아 3국에서 만두는 아주 일반적인 음식이다.
주1)
이 만두는 유럽 사람들도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며, 실제로 이탈리아에서는 서양식 만두라 이야기 할 수 있는 ‘라비올리’가 있다. 중국 문화를 유럽에 전파한 마르코 폴로가 중국식 만두를 이탈리아에 소개한 것이 오늘날 ‘라비올리’의 기원으로 알려진다.
그렇다면 만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중국 만두의 탄생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중국 만두는 전쟁 중에 태어났다. 그런데 이 만두를 만든 장본인은 요리사도 아니고, 가족의 음식을 매일 매일 만드는 아낙네도 아니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삼국지의 수많은 영웅호걸 중 가장 빛나는 귀재 제갈공명이다.
제갈공명은 유비가 ‘삼고초려’라는 유명한 고사를 세상에 남길 만큼 지극정성을 다하여 모신 분이다. 그는 뛰어난 정치가 이자 최고의 전략가였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보여준 뛰어난 전술과 전략은 가히 ‘화려하다’고 칭찬해도 좋을 만큼 탁월했다. 그 제갈공명의 명철한 지혜가 바로 ‘만두’를 만들어 냈으니 식도락가는 그분에게 감사를 드려야 마땅하다. 삼국지에 기록된 제갈공명과 만두에 대한 이야기를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만들어 낸 만두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과는 거리가 좀 멀고
과연 오늘날 만두의 시초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제갈공명의 군대는 운남 지역을 정벌하고 맹획을 사로잡아 촉나라로 돌아 오던 중 큰 강을 만났는데 바로 ‘여수’라는 강이었다. 그런데 제갈공명의 군사들이 강을 건너려고 하자 갑자기 광풍이 불고 풍랑이 거세져 대군이 강을 건너면 자칫 수장당할 수 있었다. 그 지역의 맹주이던 맹획에게 광풍의 원인이 무엇인지 물어 보았다. 맹획이 고하기를, 강에 사나운 귀신들이 살고 있는데 모두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귀신이 되어 여수의 물길에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여수의 광풍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지역 백성들에게도 아주 골치 아픈 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방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49개의 사람 머리와 검은 소 그리고 흰 양을 제물로 바쳐 풍랑을 몰고 다니는 원귀들에게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검은 소와 흰 양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49개의 사람 머리는 난제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숙제를 맡은 사람이 누구 인가. 바로 천하 제일의 명석한 지혜를 가진 제갈공명이 아닌가. 제갈공명은 즉시 주방의 일꾼들에게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의 머리 모양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 반죽 속을 소고기와 양고기로 잘 다져서 인육 대신 집어 넣었다. 사람의 머리 모양 반죽 속에 소고기와 양고기로 속을 채웠으니 귀신이 제물로 원하는 모든 것들이 형식적으로 완벽하게 갖추어 진 셈이었다. 그리고 이것을 ‘만두(남만 오랑캐의 머리)’라고 불렀다.
제갈공명은 이 만두로 상을 차리고 직접 제사를 지내 광풍과 풍랑을 몰고 다니는 원귀들에게 정성을 다해 제사를 지냈다. 49개의 만두를 제갈공명이 강물에 집어 던지는 의식을 마치고 나자 강에 휘몰아치던 광풍이 멎고 잔잔해졌다. 병사들은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음은 두말 할 나위도 없었고 백성에게도 기쁘기 그지 없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제갈공명의 현명하고 지혜로움은 촉나라 모든 백성들에게도 알려져 칭송을 받았다.
그런나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만들어 낸 만두는 오늘날 우리가 먹는 것과는 거리가 좀 멀고 과연 오늘날 만두의 시초라 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답을 내리기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삼국지 자체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이 보여주는 무용담이나 신화에나 등장할 법한 신기에 가까운 행동들은 현실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원작을 풀어 새롭게 해석한 후세의 삼국지들은 작가가 다양한 관점에서 재미있게 풀어 독자들에게 전하기도 한다. 만두와 제갈공명의 이야기도 이러한 점을 미리 알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라 첨삭하여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 올리는 바이다.
(주1) 중국에서는 만두와 교자를 구분한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물만두, 군만두, 찐만두처럼 다양한 야채와 고기가 속으로 들어가 있는 음식을 ‘교자’라고 부른다. 즉 우리가 총칭하여 ‘만두’ 라고 부르는 음식들은 각각 다른 종류와 이름이 있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국립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출강하던 지난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음식문화 분야의 박사과정을 거치며 14년째 영국에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외식산업 컨설턴트로서 Eating out trend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문화 월간지 ‘에센-ESSEN’에 유럽 음식문화 칼럼을 쓰고 있고
계간지 ‘한국 현대 문학관’에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