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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탈리아 순수 토종음식 파스타는 면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 스파게티, 마카로니, 탈리아텔리, 라자냐, 푸실리, 펜네, 파팔로, 리가토니, 카펠리니 등 650여 가지 종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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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맛과 향취로 전세계인 입맛 사로잡아 … 동양의 면과는 성분·제조방식 달라
여름철이라 시원한 콩국수도 생각 나고, 달콤새콤한 육수의 냉면도 간절하고 속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비빔국수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런데, 만약 이탈리아 사람들이 콩국수, 냉면, 비빔국수 등과 같은 면 종류의 음식을 본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마도 처음엔 “한국 사람들도 파스타를 좋아하는군”이라고 했다가 시간이 좀 지나면 “그런데 한국의 파스타는 아주 심플하구나”라고 평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스타는 스파게티, 마카로니, 탈리아텔리, 라자냐, 푸실리, 펜네, 파팔로, 리가토니, 카펠리니 등 몇 페이지의 지면이 필요할 정도로 종류가 많다. 정확한 수치로 이야기 하기는 어렵지만 650여 가지가 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파스타가 있을 수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면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서 수많은 종류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크게 대분류로 ‘장단’의 형태로 ‘long’과 ‘short’으로 구분한다. 오늘날 파스타의 대표선수 스파케티는 바로 ‘long’ 파스타로 볼 수 있다.
면의 모양에서 나온 이름들을 풀어 보면 재미 있는데, ‘스파게티’는 ‘얇은 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콩국수, 비빔국수, 냉면에 사용하는 ‘누들’은 무슨 뜻일까. 국수를 좋아하는 여러분들에게는 참으로 죄송하게도 경악스럽기 짝이 없다. 바로 ‘벌레’를 뜻하는 ‘nudel’에서 왔는데, 지렁이와 같이 이상하게 생긴 벌레들의 모양에 그 연고가 있다. 그렇다고 너무 슬퍼하지는 말자 ‘천사의 머리카락’이라는 의미의 ‘Capelli d’Angelo’ 라는 파스타 이름도 있지 않은가.
파스타는 이탈리아 풍토에서 잘 자라는 밀로 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가늘게 썰어내는 동양의 면과 달리
압력 방식으로 구멍을 통해 제조한다.
그렇다면 상기 언급한 콩국수, 냉면, 비빔국수, 칼국수, 라면과 같은 한국의 면요리가 ‘파스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 모양과 생김새 만으로는 충분히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내용과 속사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중요한 면의 성분이 무엇인가에서부터 천양지차로 다르다.
한국을 비롯하여 극동 아시아에서 즐겨 먹는 ‘면’은 그 성분이 밀가루 즉 소맥분으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파스타는 ‘듀럼 세몰리나’라는 밀가루로 만든다. 이 듀럼 세몰리나는 이탈리아에서 잘 자라는 밀이다. 즉 이탈리아 풍토와 토양에서 잘 자라는 듀럼 세몰리나는 소맥분과는 다른 종류의 밀이다. 그리고 파스타는 주로 압력 방식으로 구멍을 통해서 나오는 제조 공정이고 동양에서 많이 먹는 면은 밀가루 반죽을 가늘게 썰어 내는 방식이다. 특정한 음식이 지역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은 언제 부터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을까. 파스타의 전래 이야기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은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언급된 것을 토대로 한다. 원나라의 황제 쿠빌라이칸이 당시 왕실의 음식으로 파스타를 먹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국수를 도입하면서 파스타가 이탈리아 음식으로 정착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최근 이 논리는 정확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하나의 가정으로 받아들여 진다.
그렇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주장은 어떠한가. 당연히 파스타가 순수 토종 이탈리아 음식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로마 북쪽의 동굴에서 파스타 제조 기구와 밀가루 반죽을 담은 그릇등이 발견이 되었는데 학자들은 이것을 근거로 유물들이 BC 400여년경 ‘에투루리아’ 사람들이 남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증거주의로 따진다면 이탈리아 사람들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
오늘날 파스타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그런데 사실을 정확히 이야기 하자면 파스타를 빛나게 한 것은 바로 ‘스파게티’ 때문이다. 수 많은 파스타 종류 가운데 군계일학으로 세계인들의 입맛을 점령한 것이 바로 스파게티다.
‘부분’이 ‘전체’를 이끌어 간 경우가 되었으니, ‘스파게티=파스타’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구나 파스타는 본고장 이탈리아에서는 메인 요리main meal의 자리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즉 메인 밀 중간에 먹는 ‘땜빵 선수’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파스타는 그 독특한 맛과 향취로 인하여 여러가지 소스를 곁들인 메인 요리로 격상된 대접을 받고 있다. 파스타의 한 종류에 지나지 않았던 스파게티가 그것도 메인밀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음식이 당당한 세계인들의 주전선수로 뛰고 있으니, 토마토 만큼이나 스파게티의 승리도 값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상만사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는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세상을 사는 철학과 지혜는 어디에나 있다. 희망과 야망을 가지고 달려온 꼴찌가 마침내 승리를 움켜쥘 때 흘리는 눈물의 가치를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국립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출강하던 지난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음식문화 분야의 박사과정을 거치며 14년째 영국에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외식산업 컨설턴트로서 Eating out trend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문화 월간지 ‘에센-ESSEN’에 유럽 음식문화 칼럼을 쓰고 있고
계간지 ‘한국 현대 문학관’에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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