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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 칼럼 -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
코리안위클리  2003/04/17, 23:41:27   
별거 아닌 것들의 소중함

내게 가까운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보다 당신이 내게 더 가깝다는 것을
내게 말을 거는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내 가슴은 당신이 말하지 않은 말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내 가는 길에 북적이는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과 둘이서만 걷고 있다는 것을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사랑이 당신을 내 가슴으로
데려온다는 것을
<타고르의 시 ‘네게 가까운 사람들’>

1.
오늘은 하루종일 서성거리다 말았습니다. 그래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무엇인가 알 수 없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다 타고르의 시 한 편을 읽고 마음을 잡았습니다.
특히 다음의 구절은 그 진솔함으로 마음에 울리고 있습니다.

‘내 가는 길에 북적이는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나는 당신과 둘이서만 걷고 있다는 것을’

시가 아름다운 이유는 그 아름다움을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 대신에 향기나 빛깔로 그 느낌을 읽는 사람에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사랑도 그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동안 글을 써오면서 늘 한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은 향기와 빛깔이 있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한번도 그런 글을 써보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글을 쓰면서 부끄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나의 글과 생활이 일치하지 않는 게 늘 부끄러웠습니다. 그 동안 스스로 쓴 글들을 읽어보니 이런 느낌은 더 심해 졌습니다. 글에서는 꽤 그럴듯한 생각을 펼치는 것 같은데 실생활은 아무래도 엉망진창인 것입니다.

2.
언제부터인가 내 마음의 그림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일몰의 시간에 천진한 여자아이 하나가 수돗물에 손을 씻고 있는 모습. 정지된 화상이 되어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에 고요를 가져다주는 엽서입니다.
어느 아가씨가 유럽여행 중 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가는 국경부근에 있는 Portbou에서 보내온 엽서의 그림입니다.
이 엽서에서 “여행 중에 청하는 잠 속에서 참 많은 꿈을 꿉니다. 제 마음속에 담아둔 상념들이 이렇게 많았나 하는 생각도 해보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면서, 후에 내가 이때를 얼마나 그리워할지 예상하면서 마치 잡을 수 없는 꿈을 따라 걷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라는 글을 써서 보내 왔는데, 마치 요즈음의 내 삶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녀의 표현처럼 잡을 수 없는 꿈을 따라 걷고 있는 느낌, 아니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요즈음 나는 눈물이 참 많아졌습니다.
<어린 왕자>의 작가 생 텍쥐베리는 슬픔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고, 남을 위해 흘리는 눈물은 모든 사람들의 가슴속에 숨어 있는 보석이라고 했는데, 글쎄요. 그 말에 위안을 받아도 될까요?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자신이 바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 이유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존 던은 다음의 이유를 대며 자신을 바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두 가지 면에서 바보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랑한다고 말을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의 삶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나는 바보입니다.

3.
우화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열 한 번이나 구애를 했지만, 거절당한 비둘기 총각이 낙심에 젖어 앉아 있을 때 참새 친구가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너 눈 한 송이 무게가 얼마나 되는지 아니?”
비둘기는 귀찮고 괴롭다는 듯이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을 알아서 뭐해, 별거 아니지.”
그러자 참새는 자신의 경험 하나를 이야기했습니다.
“너는 눈송이 하나의 무게를 별거 아니라고 했는데, 내 이야기를 좀 들어봐. 내가 어느 날 커다란 나무 위에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눈이 오기 시작했어. 꿈나라나 슬로비디오를 보는 듯이 아주 조용히 내려와 사뿐사뿐 쌓이기 시작했지. 그런데 말야, 정확하게 874만 1952송이가 내려앉을 때까지는 아무 일이 없었는데, 그 다음 번째 송이가 내려앉자마자 그만 그 커다란 나뭇가지가 우지직하고 부러지고 말았어.”
참새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비둘기는 졸 듯한 눈을 번쩍 뜨고 말했습니다.
“아니 그 별거 아닌 눈 한 송이가 더 얹혀지자 큰 나무 가지가 부러졌다고! 그렇지. 그러면 나도 한 번 더 프로포즈해봐야지!”
그래서 비둘기는 열 두 번째 프로포즈를 한 것이 뜻밖에도 ‘예스’를 받아냈다는 것입니다.
이 우화는 별 것 아닌 것들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우리네 일상 생활에 있어서도 실은 중요한 것입니다. 귀찮고 짜증스러워도, 문제아에게 한 번 더 사랑한다는 말이 새 사람을 만들고, 파탄 직전에 부부 관계에서 한 번 더 참는 것이 새 가정의 시발점이 되는 등 한 번 더 던진 미소, 한 번 더 걸어본 전화, 한 번 더 기다려준 시간이 얼마나 많은 중요한 일들을 만들어 내는 지 모릅니다.
때론 사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아이들의 뒤치다꺼리하고, 설거지하는 것이 별거 아닌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지만 그것들이 꾸준히 계속되어 쌓여 갈 때 가정이 튼튼해지고, 자식들이 올바로 성장하며, 결국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입니다.

테레사 수녀가 늘 잘 쓰는 말이 “나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라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그의 겸손에서 나온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이 그렇기도 했습니다. 그는 다른 간호원들과 다름없이 가난한 병자들과 함께 지내는 생활을 오래 꾸준히, 874만 1953송이가 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별거 아닌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것이 희생으로 불리었을 때, 그것은 인류의 가슴을 울릴 거룩이 된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도 이런 별거 아닌 존재들입니다. 그러나 그 별거 아닌 것들을 간과하지 맙시다. 정말 별거 아닌 한 송이의 눈이 더 얹히는 순간, 우람한 나무의 가지가 꺾였듯이 우리의 ‘별거 아닌 것’의 ‘한 번 더’가 우리의 운명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이 별거 아닌 글을 읽는 인내를 가지시고 한 번 더 참고, 한 번 더 기다리고, 한 번 더 찾아가고, 한 번 더 웃고, 한 번 더 시도해 보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4.
갑자기 삶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아주 먼길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비슷한 길을 가면서 혹시 서로 스치면 따뜻한 눈인사라도 나눌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생명의 색이 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보는 이의 눈빛을 변하게 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욕망을 덜어내고 그 자리에 맑고 밝은 생명의 빛을 보내줍니다. 그 눈빛에 눈을 맞춥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눈을 보듯이, 그리고 그 경이로움을 여러분들에게 보냅니다. 타고르의 시 한 편과 함께.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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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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