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하강조짐 … 경제에 타격줄듯”
“일시적 현상 … 집값은 경기가 좌우한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에서 ‘부동산 거품 붕괴’(집값 폭락)에 대한 논란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도 저금리를 이용,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수요가 급증, 집값이 급등했다. 집값 급등으로 자산 가치가 상승, 개인 소비가 늘면서 경기침체를 막는 데 일조했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경기가 세계 경제를 구했다”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는 주택판매량이 감소하는 등 주택시장이 하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실적이 연간 기준으로 1월의 92만9000채에 비해 8.1% 감소한 85만4000채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 2000년 8월의 84만8000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신규판매량 감소는 주택 수요 감소와 주택가격 하락을 알리는 전조로 해석될 수 있다.
◆ 미국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 있나=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의 거품 붕괴는 주가 거품 붕괴에 비해 더 심각한 경제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택 가격이 급락할 경우, 가계 파산이 속출하고 소비가 얼어붙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거품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 영국도 80년대 중반,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집값이 급등했다가 90년대 초반에 가격이 급락, 가계 파산이 속출하고 내수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보였다. 미국도 70~80년대에 영국과 유사한 집값 상승과 급락의 과정을 거쳤다. IMF의 조너선 오스트리 연구원은 “IMF는 주택시장 거품이 나중에 터질 확률이 40%가 넘을 경우를 ‘과열’ 상태라고 분류한다”면서 “영국, 네덜란드, 아일랜드 및 미국이 이 범주에 속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주택 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거품이 붕괴되는 급격한 가격하락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IMF 리서치 부책임자인 데이비드 로빈슨은 “미국 주택시장도 IMF 기준으로 과열범주에 속하지만 거품이 터지리라고 속단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미국의 신규 주택 판매량 감소는 이라크전과 관련한 불안 심리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지 집값 하락의 전조가 아니라는 것이다.
◆ 주택가격은 금리보다는 경기가 좌우할 듯= 전문가들은 ‘저금리쭻 주택담보대출증가쭻 수요급증쭻 주택가격상승쭻 주택 공급 확대쭻 주택 과잉 공급쭻 가격하락’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반전하겠지만 언제, 얼마나 떨어질지는 속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연구원 박헌주 실장은 “미국·영국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확실하지만 하락이 본격화되는 시기나 하락폭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영국의 경제가 회복된다면 주택가격의 추가 상승도 가능하지만 경기가 악화된다면 주택가격 급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저금리가 지속되는 한 주택가격이 하락하기 어렵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건설산업전략 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저금리가 유지된다고 해도 경제가 침체되면 수요가 위축돼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주택시장도 지난 2~3년간 가격이 급등하면서 주택공급이 많이 이뤄진 만큼 가격이 폭락하지 않더라도 장기침체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주택가격 급락 가능성에 대비, 단기 주택담보대출을 10년 이상 장기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 중이다. 국내 주택담보대출이 대부분 3년 만기이기 때문에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담보가치가 떨어져 주택이 무더기로 경매에 나오거나 매물이 쏟아져 가격 폭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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