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연계엔 독특한 용어가 있다. 바로 ‘회전문 관객’이 그것이다. 같은 고가의 공연을 반복적으로 구매해 보는 사람들인데 아래와 같은 통계가 있을 정도이다. 경우에 따라 월급의 50% 이상을 공연관람에 지불하는 관객들도 많다.
대학로, 얼마전 필자가 찾은 서울의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에서 한국의 관객들은 소극장에서 조차 저마다 망원경을 이용해 무대 위의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것을 즐기며 배우의 귀여운 몸짓이나 연기에 크게 웃음 지으며 감상한다. (불과 20미터 앞에서 벌여지는 연기인데 망원경이 왜 필요하며 그것으로 무엇을 보는건지 솔직히 궁금하다.)
이러한 관객의 반응은 영국이나 뉴욕에서 볼 수 있는 연극 관람 문화와는 뚜렷이 대비된다. 단순한 문화적 차이를 넘어서 관객과 공연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한 수준이다. 한국 관객들의 이러한 관람 방식은 이방인이 보기에 마치 무대의 연기하는 배우를 두고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듯한 애정과 보호의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공연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감정적인 연결과 교감을 추구하는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 주는 듯 보인다. 관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배우에게 보내는 애정과 지지를 통해, 공연에 더 깊이 몰입하고, 나아가 그들과의 감정적인 연결을 강화한다.
이 관람 방식은 관객들이 공연 예술에 접근하는 방식 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데, 한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보여지는 이 같은 열정적인 관람 문화는, 공연 예술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개인의 정서적, 사회적 경험을 풍부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보여준다. 공연 예술의 보편적 가치와 그것이 개인의 삶에 가져다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강조하면 그렇다. 한국의 젊은 관객들이 공연 예술과 맺는 독특하고도 깊은 관계를 탐색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관객이 공연 내용보다는 배우의 외모나 몸짓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이 예술적 가치를 흐리게 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이 가능하다. 배우와의 개인적 연결이나 감정적 교감을 추구하는 것은 공연 예술을 향유하는 한 방법이지만, 이러한 접근이 과도할 경우, 작품 자체의 예술성이나 메시지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이 배우의 퍼포먼스에 지나치게 몰입함으로써, 작품의 전반적인 이해와 해석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가 약화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
또한, 이러한 관람 문화는 배우를 대상화 하는 경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공연 예술의 본질적 가치와 상충될 수도 있겠다. 예술 작품의 깊이 있는 해석과 평가보다는 표면적인 매력에 집중하는 태도는 예술의 본질적인 탐구와 감상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은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 관객들이 등장하는 인기 배우보다는 작품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한다.
공연 예술을 통해 인간 경험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탐구하는 것은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와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필요로 한다. 따라서, 공연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평가를 위해서는 관객의 태도와 접근 방식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여름 공연축제인 ‘에든버러 축제’의 뜨거운 호응이 런던에서의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공연계의 불문율과도 같다. 축제의 활기찬 분위기는 관객들이 배우들의 작은 실수조차 너그럽게 웃으며 받아들이는 관대함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런던의 공연 관객들은 축제보다는 조금 이성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러한 국제 무대에서의 엄격한 평가 기준은 한국 공연 제작자들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 내에서 배우들에 대한 팬덤의 열정적인 지지가 공연 티켓 수익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는 있지만, 이는 해외에서 자동적으로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착각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해야한다.
해외 관객들은 종종 배우의 인기보다는 작품 자체의 독창성과 예술성에 더 큰 가치를 두기에, 이러한 ‘거품’이 없는 환경에서는 공연의 본질적인 요소들이 더욱 돋보여야 한다.
따라서, 해외로 진출하는 한국 공연은 관객의 반응과 팬 문화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작품의 예술적 성취를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는 공연의 국제적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적 맥락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적 접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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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과 공연 티켓 판매에서 예약 취소 및 변경의 차이는 두 산업의 운영 구조, 수익 모델, 그리고 고객 수요의 특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각각의 사례에서 적용되는 규칙들은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하는데. 오늘은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산업의 전통과 소비자 기대 : 각 산업 내에서 형성된 전통과 소비자 기대도 정책 차이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항공 산업에서는 유연한 취소 및 변경 정책이 일반적이며, 소비자들은 이러한 옵션에 대해 추가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여행 계획의 불확실성과 여러 변수를 고려한 것이다.
반면, 공연 산업에서는 고정된 일정과 한정된 좌석으로 인해, 초기 구매 시점에서의 결정이 더 확정적이고 최종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공연 티켓 구매는 종종 특정 날짜와 이벤트에 대한 개인적인 약속을 반영하며, 이로 인해 취소나 변경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
그러나 일부 공연 티켓 판매에서도 유연성을 제공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예를 들어, 고가의 VIP 티켓이나 특별 패키지는 변경이나 취소가 가능한 경우가 있으며, 이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조건 하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옵션은 고객에게 더 많은 선택권과 유연성을 제공하고, 동시에 공연 제작자에게는 취소로 인한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방법으로 작용한다. 항공권 판매 방식과 같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수익 관리와 가격 책정 전략 : 항공사는 수익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여 각 좌석의 가격을 동적으로 조정한다. 이 시스템은 수요 예측, 예약 패턴,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수익을 달성하기 위해 좌석 가격을 조정하는데, 이런 방식으로 항공사는 좌석이 빈 상태로 남지 않도록 관리하며, 유연한 취소 및 변경 정책을 통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공연 티켓은 일반적으로 고정된 가격을 가지며, 공연 산업은 항공 산업만큼 동적인 가격 책정을 적용하기 어렵다. 물론 이는 한국에서는 맞고 영국에서는 틀렸다.영국과 미국에서는 항공권과 같은 방식으로 인식하고 공연 티켓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미에서는 공연 티켓의 환불도 추가 비용(보험료)을 내고 예약한 것이 아니라면 환불이나 변경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이런 판매방식도 점점 사라지고 있어 요즘은 옵션이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재판매 가능성 : 항공권의 경우, 한 좌석이 취소되면 그 좌석을 다시 판매할 수 있는 기회가 공연에 비하면 높다. 반면 공연이나 이벤트 티켓의 경우, 공연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그 좌석을 다시 판매할 기회는 줄어든다. 특히 인기 있는 공연의 경우 초기 판매 단계에서 대부분의 좌석이 팔리게 되며, 이후 취소된 좌석을 다시 판매하는 것이 어렵다. 공연 티켓을 환불해 주지 않는 이유다.
운영 비용과 손실 감소 : 항공권의 경우, 취소 및 변경에 대한 수수료는 항공사가 운영 비용을 충당하고 취소로 인한 잠재적 손실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공연 티켓의 경우에도, 공연 제작 비용은 고정되어 있으며, 취소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을 상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공연 제작자가 초기 투자 회수를 더 어렵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다른 행동 패턴 : 항공권 구매자는 여행 계획의 변경이나 취소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유연성을 원한다. 그래서 이를 사전에 인식하고 추가 비용을 내면서 취소나 변경이 가능한 옵션을 취하기도 한다.
반면, 공연 티켓 구매자는 특정 이벤트에 참석하기 위해 티켓을 구매하며, 이는 일반적으로 더 구체적인 계획과 결정에 기반한다. 따라서 공연 티켓 구매자는 취소에 대한 필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최종적으로, 항공권과 공연 티켓 판매의 국가별 규정의 차이는 각 산업의 특성, 소비자 행동, 그리고 운영 비용과 관련된 전략적 결정에 기반하는데, 두 산업 모두 고유의 도전 과제와 기회를 가지고 있으며 취소 및 변경 정책에 반영된다고 하겠다. 그나저나 이대로 내버려 둔다면 업계의 요구로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공연 티켓의 환불 정책이 영국의 정책을 그대로 따를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한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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