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가치 강세(달러화 약세)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한국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내수 침체와 국제유가 상승, 투자심리 위축과 북한핵 문제 등 각종 악재가 불거졌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내 경기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할 수출에 부담이 되는 원화강세(원화환율 하락)는 우리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 등 일부 외신은 최근 “올해 아시아 경제의 최대 악재는 달러화 약세에 따른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경쟁력 약화”라고 잇따라 경고하고 나서 주목된다.
▽원화강세 속도 너무 빠르다=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달러당 1178.7원으로 거래를 끝내 전날보다 0.1원 더 하락(원화가치는 상승)했다. 이에 앞서 9일에는 원화 환율이 지난해 7월25일 이후 5개월반 만에 처음으로 ‘심리적 저지선’으로 여겨지던 1180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원화 환율은 작년 4월 달러당 1332원까지 치솟은 뒤 등락을 거듭하다 최근 들어 특히 하락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 환율은 2∼3개월 전보다 6% 가까이 떨어졌다.
달러가 원화와 엔화에 대해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분석된다. 미국-이라크전쟁 가능성과 북한핵 위기 등 미국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매우 불투명하고 미국 경기회복도 예상외로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경쟁하는 중소기업이 가장 큰 타격=환율이 떨어질 때 직격탄을 맞는 분야는 수출이다. 해외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으로서는 채산성이 나빠지고 채산성을 맞추려면 달러표시 수출가격을 올려야 하므로 경쟁력이 더 떨어진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중국 제품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국내 중소수출업체들은 원화 강세-달러 약세로 울상을 짓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과는 달리 고정환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대기업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상대적으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 LG 등 ‘간판급 기업’ 가운데는 달러당 환율이 연평균 1150원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보수적인 전망’ 위에 올해 사업계획을 짠 곳이 많다. 대기업 수출주력 품목의 경쟁력은 가격보다는 패션과 기능 등 비가격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 상사부문 전략기획팀장인 구교형 상무는 “환율 변동이 심하고 북한핵 등 경제외적 변수가 많아 감을 잡을 수가 없어 의사 결정하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정부의 움직임=재경부는 최근 환율이 계속 떨어지자 9일 “환율이 급락할 이유가 없다”며 ‘구두 개입’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부는 그러나 당분간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이나 외평채 발행 등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