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 자살했다. 고 배달호씨는 유서에서 가압류로 생활이 어려운 고통을 호소하며 ‘해고자 복직’을 촉구했다. 대통령 선거 뒤 사회 전반에 ‘희망’이 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50대 노동자의 온 몸을 불사른 항거는 큰 충격이다.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활동하던 고인은 지난해 파업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나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뒤 복귀한지 채 한달이 안됐다. 자신은 복직됐으나 “해고자 모습을 볼때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동료들의 ‘가족 걱정’을 했던 고인은 유서에서 “이틀 후면 급여 받는 날이다. 약 6개월 이상 급여 받은 적이 없지만 이틀 후 역시 나에게 들어오는 돈은 없을 것이다”라고 개탄했다. 월급을 못받는 이유는 두산 경영진이 ‘파업 손실’을 명분으로 노조원들의 월급은 물론이고 개인재산에 대해 총 65억원의 가압류 신청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노동자들로서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가압류가 캄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사용자들의 손해배상소송과 가압류가 노동기본권을 짓밟는 ‘신종 노조탄압’이라며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런데도 당국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 무관심이 결국 한 50대 노동자의 분신자살을 몰고온 셈이다. “두산은 피도 눈물도 없는 악랄한 인간들이 아닌가”라는 고인의 물음을 우리가 되새겨 보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인의 마지막 절규에 답할 사람은 두산 경영진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가압류는 현재 전국의 40여개 이상 사업장에서 1300억원에 이르고 있다. 마침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은 대한상의를 맡고 있다. 고인의 분신은 파업을 벌인 노조에 천문학적 손해배상소송을 일삼아왔던 재계와 이를 방관해온 정부에 대한 피맺힌 절규이다. 아내와 어린 두 딸을 남겨두고 떠난 50대 노동자의 자살을 헛되게 해서는 안된다.
한겨레 1월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