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행 탑승수속 평소의 2배이상
“친척 주려고 산 ‘복분자술’인데 뺏으면 어떡합니까.” “립글로스도 안 되나요.”
11일 인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에 나선 승객들은 기내 수하물에 대한 검색 강화로 곤욕을 치렀다.
영국에서 발각된 비행기 테러 기도 여파로 미국과 영국행 항공기에 액체류를 반입하는 게 금지되자 물품 수거를 둘러싼 실랑이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들 노선의 승객들은 출국심사 때 이뤄지는 검색 이외에 탑승구 앞에서 한 차례 더 검색을 받아야 했다. 이중검색 과정에서 튜브형 립글로스, 영양크림, 치약 등 액체류에 속하지 않을 것 같은 물품도 모두 수거됐다.
좌석 배정 등 탑승 수속을 하는 체크인 카운터에서도 기내 반입 금지 물품에 대해 안내했지만 승객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듯했다.
대한항공 체크인 카운터 근무자인 김나연(여) 씨는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을 설명해 주고, 해당 물품을 화물칸에 실을 짐에 옮겨 담도록 유도하느라 항공권 발급 시간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에서는 시내에서 구입한 액체류 면세품을 환불하려는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각 면세점은 기내로 갖고 들어가지 못하는 술 등에 대해 공항 인도장에서 전액 환불해 주었다.
롯데면세점 인도장의 권의숙(여) 씨는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환불 행렬이 꼬리를 물어 손님들이 30∼40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공항 면세점에서는 미국과 영국행 고객에게는 술 화장품 등 액체류 물품을 되도록 팔지 않으려 했다. 액체류 물품을 구입한 고객에게는 직접 주지 않고 화물 운송을 통해 전달했다.
각 여행사도 고객에게 강화된 보안검색 내용을 공지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롯데여행사는 이날 아침 미국으로 떠나는 승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기내 반입 금지 물품을 알려 주고 출발 3시간 전까지는 공항에 나올 것을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53분 아시아나항공 522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영국 히스로 공항발 입국 승객들은 저마다 지갑 여권 및 간단한 소지품을 담은 투명한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있었다.
영국에서 떠날 때는 액체류 물품뿐 아니라 수하물 자체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승객 이한종(27·유학생) 씨는 “여행사가 출발하기 4시간 전에 히스로 공항에 나오도록 연락해 주었고, 공항에선 허리띠와 신발을 벗고 검색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① 공항 도착은 평소보다 빨리= 보안 검색에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미국의 경우 국제선은 최소 3시간 전, 국내선은 최소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하는 게 좋다. ② 웬만한 짐은 부쳐야= 영국 공항에서는 기내에 여행용 배낭을 갖고 탈 수 없다. 노트북 휴대폰 같은 전자제품도 휴대가 불가능하다. 여권이나 비행기표, 지갑 등 부피가 작은 소지품만 가지고 탈 수 있다. ③ 음료수 못 갖고 들어가= 음료수는 물론 헤어젤, 로션, 치약 같은 액체 물건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 유아용 음료나 인슐린 같은 의약품은 예외가 인정되지만 반드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 ④ 환불도 가능= 영 꺼림칙하면 여행을 연기할 수도 있다. 브리티시에어웨이(BA)는 영국에서 출발하는 여행객들이 원할 경우 출발 날짜를 뒤로 늦추거나 항공 요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⑤ 보험에 더 신경써야= 항공기 지연으로 연결편을 놓치거나 숙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보험료가 다소 늘어날 수 있지만 만약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즈니스맨의 경우 중요 서류 등은 미리 우편으로 보내는 것도 좋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