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철수한 의류생산업체 K사는 스리랑카 현지에서 4000여명을 고용할 정도로 대규모 사업장을 운영했으나, 경영 상태가 악화되자 현지 한국인 사장이 몰래 도망쳤다.
이 회사의 한국인 관리직 직원들도 귀국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스리랑카의 모 한인단체 회장이 개인 비용으로 귀국시켰으나 모기업의 경영악화로 현재까지 이 돈조차 갚지 못한 실정이다.
장난감 생산업체인 C사도 올 1월 중국 업체와의 출혈 경쟁으로 경영이 악화되자 한국인 직원들이 야반도주했다. 이 회사의 실질 소유주는 서울 강남에 상당한 부동산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이 공동으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노무관리 실태 등을 조사한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노총은 지난 2일부터 엿새 동안 스리랑카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해 노동부와 외교통상부, 한국경영자총협회, 국재노동재단과 함께 실시한 노무관리 실태 조사결과 보고서를 19일 공개했다.
가장 많은 사례는 현지 한국기업들의 임금체불과 무단 철수, 야반도주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리랑카 노동장관도 한국기업들의 임금체불 및 야반도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방생산업체인 G사는 작년 7월 임금을 체불하고 빚도 갚지 않은 채 몰래 도주한 뒤 최근 중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작년 이후 스리랑카에서 철수한 국내 투자업체가 50여개에 달한다”며 “그러나 대만 등 다른 나라 업체들과는 달리 임금은 물론 근로자가 부담한 신탁기금 등도 체불하고 달아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스리랑카에 투자기업이 100여개가 넘는데 2000년부터 지금까지 6~7개 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임금을 체불한 뒤 도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스리랑카의 최대 고용창출 투자국으로 대우를 받았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은행 여신한도 제한, 국세청의 ETF·EPF(근로자신탁기금·근로자공제기금) 납부여부 점검 때문에 불이익을 받는 데다 국가 이미지도 상당히 훼손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올해 11월 말 현재 한국 기업의 스리랑카 투자 건수는 119건, 투자액은 152만달러로 건수와 현지 인력 고용면에서는 최대 투자국이며 금액에서는 싱가포르, 호주, 영국에 이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노동부는 “국가 위상과 해외진출 기업의 노무관리 지원을 위해 다른 나라에 진출한 문제 기업들에 대한 실태를 파악, 지원반을 파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