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키신저 이후 최강의 국무장관’.
취임 후 첫 순방에 나선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에 대한 평가다. 라이스 장관은 4~10일 유럽·중동 8개국을 순방 중이다.
4일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 모피 롱코트를 입고 등장할 때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세련되고 화려한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1주일 동안 8개국을 순방하는 빡빡한 일정을 무난하게 소화하고 있다. 시종 당찬 모습이다.
영국의 한 외교관은 “지적인 데다 우아하고 세련됐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귀를 붙잡고 있는 국무장관이다. 더 이상 뭘 요구할 수 있겠나”라고 극찬했다. 그의 순방이 각별한 관심을 끄는 것은 라이스 개인 스타일과 부시 2기 외교의 방향타 등 두 가지였다.
◆ 미·유럽 화해 조짐= 라이스는 유럽 도착 첫마디부터 적극적이었다. “이른 시일 내에 로버트 졸릭 부장관과 함께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을 모두 방문하겠다”고 선언했다.
콜린 파월 전 장관은 외국 여행에 소극적이었다. 라이스의 발언은 유럽에 대한 관심과 관계개선의 의지로 해석됐다. 라이스는 4일 영국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이란에 대한 공격은 어젠다가 아니며, 외교적인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외교적 노력을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2년 전 이라크 공격 직전 미국과 유럽이 대립하던 때와는 대조적인 분위기”라고 전했다. 라이스가 중동정책에서 유럽과의 협력을 강조하고,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이라크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하는 등 화해무드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 “그래도 미국” 강조= 라이스는 그러나 이란 문제와 관련, “어느 누구도 미국 대통령에게 어떤 가능성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유럽의 외교적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할 경우 공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같은 날 독일 총리를 만나러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란이 핵개발 프로그램으로 계속 장난치고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슈뢰더 총리에게는 “외교적 노력은 관련국들 간에 공통된 목적과 일치된 메시지가 분명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이스가 터키의 호텔까지 찾아온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러시아의 민주화를 요구한 것은 미국의 자신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다.
◆ 불안한 이스라엘=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부시 행정부의 입장에 큰 걱정이다. 부시 행정부의 중동외교 노선에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은 이스라엘의 평화구상 로드맵을 적극 지원, 중동과 유럽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마무드 압바스 신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 대해 “4년 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공언했다.
이스라엘은 라이스가 어떻게 자신들을 압박할지 걱정이다.
라이스는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를 만난 뒤 곧바로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찾아가 압바스와도 만날 예정이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