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일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한 연두 국정연설에서 “우리는 북한이 핵 야망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위험한 물질의 이전을 감시·중단시키기 위한 확산방지구상(PSI)에 세계 60개국과 협력하고 있다”며 “이 세계에는 여전히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정권들이 있으며, 이들은 더 이상 주목을 회피할 수 없으며 결과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최근 미국 언론들이 보도한 ‘리비아에 대한 북한의 우라늄 핵물질 수출 증거확보’ 문제 등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한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 북한과함께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고 있는 이란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오늘날 이란은 세계 제일의 테러후원국으로 남아있다”면서 “(이란은) 핵무기를 추구하면서 한편으로 국민들이 추구하고 가질 자격이 있는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이 50분간의 연설 중 북한에 대해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것이 거의 전부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2002년 국정연설과는 달리 이번에는 북한을 자극하거나 비판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원칙론만 밝히고 지나간 걸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은 미국이 당면한 현안인 이라크·팔레스타인 문제 등 중동문제 해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란 해석이 나온다. 레니 닉시 미 의회조사국 아시아 전문가는 “북핵 문제는 지금 부시 행정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다”며 “6월쯤 되면 본격대응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입장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반드시 협력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자극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결과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이 대테러 전쟁, 자유확산 등 대외정책을 ‘우방·동맹들과 협력’을 통해 추구하겠다는 말을 몇 차례 강조하고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해결 원칙을 거듭 천명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그러나 이런 해석들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아니란 점에서는 외교 전문가들의 시각이 대체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한편 외교통상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대화를 통해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이제는 북한의 호응으로 6자회담이 조속히 개최되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진전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