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본부 한식팀 김연희(31·사진)씨는 국내외를 누비는 ‘비빔밥 전도사’다.
지난 90년 퍼스트클래스 기내식으로 첫선을 보인 비빔밥이 당초 예상과 달리 외국인 승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거두면서 그는 더욱 바빠졌다.
“토종 맛을 내기 위해 외국 기내식 업체의 조리사를 서울로 데려와 교육도 시키고, 한국인 조리사가 현지로 가서 품질을 관리하기도 해요.”
그의 당당한 말투에서 비빔밥 못지않은 매운맛이 훅∼ 느껴진다. 김씨는 “처음에는 나물, 밥, 고추장을 따로 먹던 외국인 승객들도 지금은 자연스럽게 비벼먹는다”면서 “샐러드처럼 재료를 골라먹을 수 있고 비벼 먹는 재미까지 있어서 승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다섯 가지 색상의 재료가 음양오행을 이루는 비빔밥은 해외에서도 건강식으로 알려져 있다. 갓 만들어낸 비빔밥의 맛을 기내에서 재현하기 위해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처음에는 비행기에 전기밥솥을 싣고 일일이 밥을 지었다고 한다.
김씨는 “밥을 몇 도에서 몇 분 정도 데워야 하는지 실험한 횟수를 셀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데우는 과정에서 뚜껑이 열리고 모양이 비틀어진 용기만 해도 바닥에 한가득이었다. 7년간 국내 식품제조업체와 공동 연구한 끝에 결국 오븐으로 밥맛을 살리는 노하우를 개발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식성에 맞춰 재료를 결정하는 일도 비빔밥 개발의 난코스 중 하나였다. 김씨는 “독일 승객들은 고사리를 먹지 않아서 대신 표고버섯이나 다시마 튀긴 것을 넣는다”며 “비행기가 공항에 도착하면 승객들이 남긴 음식으로 선호도를 조사하고 메뉴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비빔밥 용기는 비벼먹기 편하도록 바닥이 깊지만, 항공기 특성상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바닥이 깊은 용기를 쓸 수 없다는 점도 난제였다. 연구를 거듭한 끝에 승무원용 카트에 수납할 수 있으면서도 밥을 비벼 먹기 좋은, 6㎝ 깊이의 용기가 개발됐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안성맞춤’ 수치다.
“외국출장 길에 비빔밥을 파는 한국식당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 기내식 비빔밥이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해요. 지난 98년 한국에 온 마이클 잭슨이 기내식으로 먹은 비빔밥에 반해서 한국에서 비빔밥만 먹었다지요.”
김씨는 퍼스트클래스를 위한 한정식 서비스에 새로 선보일 메뉴개발에 여념이 없다. “한국의 입맛을 통해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친해진 나라는 잊을 수 없는 법이거든요.”
<조선일보>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