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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은행, 덩치값은 하나
코리안위클리  2003/07/10, 00:57:47   
실효성 검증없이 대형화에만 집착하는 은행들… 기업금융 외면한 채 쉽게 돈 되는 가계대출에 몰려

신한금융지주회사와 조흥은행의 합병으로 또 하나의 거대 공룡은행이 탄생했다. 조흥은행 매각과정에서 이슈로 등장한 것은 고용 보장과 조흥 브랜드 사용 등 ‘매각조건’을 둘러싼 대립이었다. 하지만 그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또 다른 쟁점이 은행 대형화다. 대형 합병은행이 등장할 때마다 국민경제에서 은행산업이 맡아야 할 역할과 기업금융 축소 문제를 놓고 논란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시장지배력 이용한 독과점 강화
외환위기 이후 은행 구조조정은 합병을 통해 소수 대형은행으로 재편되는 양상을 띠며 전개돼 왔다. 이는 2001년 통합 국민은행 출현 이후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 등 실효성이 검증되기도 전에 정부는 광적일 정도로 대형화에 집착하고 있다. 시장 역시 대형화 압박을 받고 있다. 시중은행들 사이에 “이제 우리도 덩치를 키우지 않으면 시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은행과 신한지주회사가 각각 서울은행과 조흥은행을 합병하면서 몸불리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 대형화가 올바른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판단하기에 앞서 우선 덩치부터 불려놓고 봐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합병은행에서 새살이 돋고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일까? 통합 이후 은행 경쟁력이 높아지고 금융서비스 및 기업금융에서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실증적 근거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화학적 융합은커녕 내부 혼란만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조 유선기 정책국장은 “국민은행은 합병 직후 ‘2∼3년 안에 확실하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좀더 기다려보라는 말만 하고 있다. 인적결합도 안 되고 은행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육성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 관계자도 “국민은행은 가계부문 부실로, 하나은행은 SK글로벌 부실로 경영지표가 별로 안 좋다. 덩치를 키우는 것만이 능사인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이 감소하는 등 자산 건전성은 좋아지고 있다. 그러나 대형은행이 차별화된 선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자신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신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이 강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원화예금을 기준으로 대형 5개 일반은행의 시장점유율은 2001년 말 70.5%에 이르렀다. 한밭대 조복현 교수(경제학)는 “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통해 효율성을 개선시키기보다 오히려 독점력을 바탕으로 대출을 줄이고,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만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예금운용 행태를 보자. 지난 1997년 시중은행의 총자산 중 기업대출은 29.8%, 가계대출은 16.0%를 차지했다. 기업대출이 두배 가까이 많았다. 그러나 2002년 9월에는 기업대출 24.7%, 가계대출 30.6%로 완전히 역전됐다. 거대 국민은행이 주택대출·신용카드 등 소매금융 집중전략을 펴고, 이에 따라 모든 은행이 덩달아 가계·카드대출에 집중한 탓에 기업대출 비중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주식과 국공채 투자 등 유가증권 운용비중은 97년 9월 16.6%에서 2002년 9월 21.7%로 늘었다. 기업대출을 꺼리고 대신 위험이 없는 국공채 투자로 영업방식이 급속히 이행하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대규모 기업부실에 따른 은행 동반부실을 톡톡히 경험한 터라 은행으로서는 안전성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국민한테 저축자금을 받아 투자주체인 기업에 빌려주는 은행의 역할은 축소되고 있다. 대형은행들의 공격적인 가계대출 마케팅으로 과열경쟁만이 빚어지고 있을 뿐이다.


▲ 6월25일 신한은행 노동조합이 주최한 ‘신한지주와 조흥은행 노조와의 매각 합의안 반대 집회’

차별화된 경쟁능력 키우지 않는다
소비자들에 대한 금융서비스의 질은 어떤가? 기업대출이 급격히 줄고 영업기반이 가계부문으로 이전되면서 2001년 말 은행권 전체 수익기여도의 63.3%를 수수료 부문이 차지했다. 기업대출을 통한 이자수입보다는 저신용·비우량 고객들한테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온 셈이다. 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용공급이라는 공적 역할보다는 당장 이익을 내는 수익성 위주의 경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 배경에는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대형은행의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금융노조 하익준 정책국장은 “대형은행 몇개가 시장에서 고객한테 받는 수수료를 인상하거나 심지어 같은 은행간 거래에서조차 수수료를 물리고 있는데, 소수 합병은행끼리 담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돈 안 되는 세금납부 업무도 다들 기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중 은행 예대마진은 2.18%로 2001년 12월(2.20%)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벌어졌다.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를 높여 예대마진 폭을 키울수록 은행은 더 이익을 내지만 고객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특히 대형 선도은행(leading banks)으로 불리는 국민·우리·하나·신한은행의 예대마진이 크다. 국민은행은 올 들어 예대마진을 1월(3.75%), 2월(3.82%), 3월(3.89%) 계속 올렸다. 하지만 눈앞의 수익성만 좇는 대형은행의 논리는, 현재 한국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대규모 가계부실과 카드부실을 낳았다. 기업투자를 통해 국민경제 성장을 이끌면서 수익을 내려는 노력 없이, 부동산값의 90%까지 무리하게 대출해주는 식으로 가계대출을 마구 늘린 결과 또 다른 부실이 생겨난 것이다.
대형화가 불러온 독과점에 의존한 경쟁으로 시장질서가 급속히 재편되면서 은행들간의 차별화된 시장개척이나 특화된 핵심능력 개발도 뒷전에 밀려나고 있다. 대안연대회의 정승일 박사는 “고객 정보를 수집·분석해 리스크 관리 등 차별화된 경쟁능력을 형성할 생각은 없이 오직 시장지배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은행합병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형화된 점포망을 바탕으로 합병은행들은 가계·카드 대출 강화와 우량 중소기업 대출이라는 똑같은 전략을 펴고 있다. 국민·우리·신한은행이 공단지역을 중심으로 기업금융전담점포(RM)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과거 기업은행이 주로 거래해오던 우량 중소기업 대출시장에 뛰어든 것인데, 대출금리를 조달금리 수준으로 낮추는 노마진 정책까지 동원해 치열한 금리덤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에서 기업은행은 자산규모가 크고 점포망이 좋은 대형은행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는 아직 구호에 그쳐
물론 기업대출 증가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대형은행들이 고객으로 여기는 기업은 여기저기서 서로 돈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우량 중소기업’에 국한된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은행국 관계자는 “은행은 벤처캐피털이 아니다. 이미 성장한 기업 중에서 골라 대출해줄 수밖에 없다. 은행산업이 질적으로 성숙하려면 양도 커져야 한다. 대형화되면 기업대출의 옥석을 가리는 기능도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의 무분별한 대출로 생긴 부실을 제거하느라 기업금융이 위축됐지만, 앞으로 대출심사 능력 향상을 기반으로 대형은행의 기업대출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한밭대 조복현 교수는 “대형은행마다 개별기업의 특수한 정보를 수집·평가해 대출심사를 하기보다는 일률적이고 표준화된 신용평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은행이 단순한 대출대행 업무부서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편하게 담보비율과 당장의 현금 유동성만 따져보고 대출 여부를 판단할 뿐 선진 금융기법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래에 수익성 있는 차입기업을 발굴하는 노력이 없다보니 우량 중소기업에는 대출자금이 몰리고 정작 투자자금이 급한 기업들은 돈 빌릴 데가 없어지고 있다.
표준화된 신용평가는 또 경기순응적 대출로 이어지는데, 경기가 좋을 때는 평가지표들이 좋아져 마구 대출하지만 경기가 악화되면 대출을 꽉 죄고 만다. 산업의 핏줄인 자금을 기업에 공급해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할 대형은행들이 제 노릇을 못하고 있는 셈이다. 성공회대 유철규 교수(경제학)는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미래 투자는 본래 위험을 안고 있다. 은행도 기업과 함께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공유하면서 경제를 이끌어가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망가졌다. 은행마다 기업투자는 내 알 바 아니라는 투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은 막대한 정보기술(IT)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합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전산망은 뒤에서 받쳐주는 내부 시스템에 불과할 뿐, 은행은 맨파워를 중심으로 한 지식기반 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노조 유선기 정책국장은 “은행산업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 대형은행마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하지 않고, 기업투자·외환쪽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은 다 잘라내면서 편한 소매금융쪽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력감축을 통한 왜곡된 시너지 효과만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바깥으로 눈을 돌려보자. 대형은행들은 과연 대형화의 한 명분이었던 국제적 투자은행으로 발돋움하고 있는가? 초대형 시중은행들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매금융시장을 독식하고 국내 가계대출 시장에서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국제경쟁력 강화는 아직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이용승 연구소장은 “합병의 뚜렷한 시너지 효과는 아직 없지만 2004년부터 아시아 금융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덩치가 커야 한다”며 “통합 국민은행은 시장에서 빅브러더(맏형)를 지향했다. 국민은행이 부실화된 국민카드를 합병할 수 있었던 것도 자산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실 국민카드를 합병하고도 휘청거리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체중이 헤비급으로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국민경제 성장 나 몰라라
은행들이 현금인출기를 앞다퉈 도입하던 5공 시절 청와대는 현금인출기를 공출해 금융결제원이 일괄 보유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어느 은행에 있든 저축예금은 다 같은 국가의 돈”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상황은 판이하게 바뀌었다. 대형화된 은행들은 주주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수익성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관치금융에서는 탈피해야 하지만, 대형은행들은 기업금융을 외면한 채 당장 돈 되고 손쉬운 가계대출쪽으로만 우르르 몰려가고 있다. 저축자금을 기업 등 생산적인 곳으로 흘러가게 함으로써 국민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이 은행의 본래 역할이라고 할 때 한국의 합병 시중은행들은 한참 딴 길로 가고 있는 셈이다.
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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