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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던올림픽 개막식 리허설이 진행된 7월 25일 밤 올림픽 주경기장 주변이 불꽃놀이로 환하게 수놓아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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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 그래서 어쩌라고! 국제대회보다 크리켓·럭비가 중요
올림픽이 7월 27일 시작되었다. 세계가 2012 런던올림픽에 흥분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일반 영국인들의 표정은 덤덤한 편이다. 영국인들은 모든 일에 좀 냉담하고 관조적인 면이 있다. 올림픽을 대하는 영국인의 전형적인 태도 역시 “그래서 뭘 어쩌란 말인데(So what?)” 혹은 “그게 나와 무슨 상관 있는데(What is something to do with me?)”라는 식의 심드렁하거나 좀 퉁명스러운 반응이다. 원래 영국인들은 떠들썩한 행사에 크게 흥분하지 않는 편이다. 예외가 있다면 왕실과 관련된 행사 정도다. 왕실 행사에는 아주 열광적인 반응은 아니라 해도 최소한 냉담한 반응은 보이지 않는다. 멀리는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결혼식에서부터 다이애나의 장례식, 윌리엄 왕세손과 캐서린 왕세손빈의 결혼식, 최근에 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 다이아몬드 주빌리(재위 60년) 등에 이르기까지 영국 국민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축제를 즐기지 않는 나라
영국은 원래 축제의 나라가 아니다. 축제가 생활화돼 있지 않다는 말이고, 결국 놀 줄을 모른다는 말이다. 가톨릭 성인 축일을 기념해 매일 전국 어디에선가 열리는 먹고 마시는 즐거운 축제가 생활의 기본이 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라틴계 국가들과는 다르다. 그나마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축제마저 헨리8세의 구교 탄압과 올리버 크롬웰의 청교도 혁명을 거치면서 많이 쇠퇴해 이제는 거의 다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하는 올림픽조차도 영국인은 생소하게 느끼며 별로 휩싸이려 하지 않는 편이다. ‘아! 어디선가 올림픽이 열리는가’ 하는 정도가 그동안 올림픽을 대하는 영국인의 태도였다. 한국에서 그 오래전에 올림픽이 열렸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그들을 무식하다 취급할 수는 없다. 영국인에게는 88서울올림픽도 어디에선가 열리는 국제 시합 중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다. 자신들끼리 여는 영연방 체육대회(Commonwealth Game)나 올림픽이나 별반 다를 게 없다는 투다.
사실 영국인에게는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보다는 그냥 자신들이 만들고 좋아하는 축구, 크리켓, 럭비 같은 운동 행사만이 중요할 뿐이다. 올림픽 종목에서도 육상, 수영, 체조 같은 경기에만 관심이 있다. 탁구, 농구, 배구, 핸드볼, 권투, 레슬링, 유도, 태권도같이 그동안 자국 팀이 좋은 성적을 못 낸 종목이나 자신들에게 생소한 구기종목과 격투기종목에는 별 흥미를 나타내지 않는다. 특히 한국이 선전하는 종목에는 영국인들의 관심이 적은 편이어서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영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상대적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다. 입장권 값도 싸고 구입도 쉽기 때문이다. 입장권 판매 초기에 표를 못 구했어도 계속적으로 표가 나오고 있어 많은 한인들이 늦게라도 우리 대표팀이 출전하는 경기의 입장권을 구하고 있다.
사족으로 이번 올림픽 경기 입장권 판매 웹사이트 운영에 대해 영국인들의 불만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표를 내놓는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분명 아침까지는 표가 한 장도 없다는 안내가 웹사이트에 떠 있었는데, 오후에 아무런 설명이나 예고도 없이 갑자기 수백 장의 표가 올라온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릴 만하다.
영국인의 크리켓 사랑
영국인이 좋아하는 운동은 다른 국가에서 별로 인기가 없거나 특수한 계층에서만 즐기는 운동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영국과 영연방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는 전혀 이해를 못하는 크리켓이 대표적이다. 크리켓은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방망이로 공을 치는 형식은 야구와 같으나 규칙이나 방식은 전혀 다르다. 원래 미국으로 건너간 영국인들도 크리켓을 좋아했는데, 인내심이 없는 미국인으로 변하다 보니 시합이 며칠씩 계속되는 크리켓을 안 하게 됐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한 얘기지만 영국인들이 세운 나라인 미국에서 크리켓이 보편화되지 못한 이유를 누가 쉽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크리켓의 규칙이나 경기 방식은 무척 영국적이다. 우선 크리켓은 도루가 없다. 도루가 상대방을 눈속임으로, 혹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틈을 타서 하는 비신사적인 플레이라 보는 시각 때문이다. 한 팀의 타자가 아웃이 안 돼 계속해서 점수를 더 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경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 공격을 중단하고 상대방에게 공격의 기회를 넘겨줘야 한다. 규칙 내에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승부를 갈라야 하는 냉혹한 스포츠에서는 좀 우스운 규칙이다. 그래서 크리켓은 가장 공정한 스포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장 영국적인 운동이다. 영국인 사이에는 ‘그 일은 정당하지 못하다(That’s not fair)’는 말과 ‘그건 크리켓이 아니야(That’s not cricket)’라는 말은 동일한 뜻이다. 그만큼 영국인이 보기에 크리켓은 ‘오로지 영국인과 영국식민지 심성(colonial mind)을 가진 사람들만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뻐기면서 자랑할 정도로 공정함을 게임의 기본으로 하는 운동이다. 그래서 영국이 세계 시합에서 우승하면(물론 그런 경우는 불행하게도 드물지만) 온 나라가 축제 무드가 된다.
공정한 규칙이 있는 경기가 좋다
영국인이 좋아하는 특유의 인기 종목 중에는 럭비, 하키, 승마, 폴로, 보트, 요트 등도 있다. 이들 운동의 특징도 고도의 공정한 규칙을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매 순간 아주 위험한 육체적 접촉이 기본이 되어 거칠기만 한 운동같아 보이는 럭비도 자세히 알고 보면 최고의 신사도가 요구되는 운동이다. 전진을 해서 상대방의 골에 트라이를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달려가면서 뒤로 던지는 패스만 해야 하는 우스운 운동이다.(그래서 단순한 흥미 위주의 흥분을 찾는 현대에는 안 맞는 운동인지 이제 영국에서도 축구보다 영향력이 많이 줄었다. 필자가 축구보다 럭비를 더 좋아한다고 하면 럭비의 본산지인 영국에서도 거의 우주인 보듯 한다.) 럭비를 즐기는 관중의 충성도는 축구 못지않고 경기 자체도 흥미로운데 국제적으로 왜 인기가 없고 왜 올림픽 종목이 안 되는지 참 궁금하다. 경기를 하는 국가들이 너무 적어서 그렇다는 말도 있으나 만일 올림픽 종목이 되면 럭비를 즐기는 국가들이 늘어날 것만은 분명하다.
럭비는 영국이 월드컵에서 우승한 종목 중 하나이기도 하다. 영국인들은 “영국의 월드컵 우승은 두 번”이라고 말하며 외국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보통 영국의 월드컵 우승이라고 하면 1966년 축구 월드컵에서의 우승만을 안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2003년 경기 종료 26초를 남겨놓고 자니 윌킨슨의 트라이로 우승한 럭비 월드컵 우승도 큰 자랑으로 친다.
영국적인 또 하나의 특유한 운동은 필드하키다. 필드하키는 영국 중·고등학교의 기본 체육 과목 중 하나다. 불행하게도 프로 리그가 없어 발전을 못하고 지금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영국인이라면 거의 모든 사람이 학창 시절 해봤을 정도로 보편화된 운동 종목이다. 서울올림픽 때 한국 여자하키팀이 은메달을 따서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바로 그 종목이다. 당시 영국인들은 여자하키팀이라고 해봤자 열 손가락도 못 넘는 숫자의 팀만 갖고 있는 한국이 수천 개의 여자하키팀이 있는 영국이나 호주를 꺾고 준우승을 하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국인들이 보기에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당시 영국 신문에는 한국 여자하키팀의 열악한 현황이 상세히 보도되기도 했다.
승마·요트도 수준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승마, 폴로, 요트 같은 운동은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포츠다. 돈이 많이 들고 보편화된 운동도 아니다. 귀족들이나 상류층이 많이 하는 운동이다. 특히 폴로는 왕가의 운동이라 할 정도로 귀족 운동이다. 그러나 만일 이런 운동을 서민이 꼭 하고자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예를 들면 승마의 경우는 동네마다 공원에 승마학교가 있다. 말을 개인이 소유하지 않고 공동으로 관리하는 학교에 가서 말을 빌려 승마를 배울 수가 있다. 경비도 크게 비싸지 않다. 한인촌이 있는 런던 뉴몰던 근처 마을 공원들에도 이런 승마학교가 대여섯 군데나 있다. 보트도 마찬가지다. 섬나라다 보니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해변을 만날 수 있다. 그런 해변가에 가 보면 수백 척의 보트와 요트가 떠 있다. 물론 길이가 수백 피트나 되는 어마어마한 요트도 있지만 중고차 한 대 값도 안 되는 종류의 보트나 요트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영국 서민들은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스포츠나 취미도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단지 운동을 하는 곳이 프라이비트 클럽이냐 퍼블릭 클럽이냐는 것과 어떤 장비를 가지고 하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런 사정은 거의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영도 그렇고, 한국에서 아직 ‘귀족 취미’라는 인상이 남아 있는 골프도 마찬가지다. 영국에는 모두 2752개의 골프코스가 있다. 이 중에는 연회비가 수천만원 하는 프라이비트 클럽도 있지만 연회비 50만원만 내면 하루에 두 번씩, 일년 내내 하루도 안 빠지고 칠 수 있는 코스도 수두룩하다. 영국의 서민들은 처지에 맞지 않는 비싼 장비를 가지고 비싼 클럽에서 운동하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돈 자랑을 하지 않는다. 출신 성분에도 맞지 않는 명문 개인 클럽 회원이 굳이 된다 한들 그들이 친구해주지도 않는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수준에 맞는 곳에서 즐기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클럽 옆에 아주 비싼 개인 클럽이 있어도 질시의 눈으로 쳐다보면서 배 아파하지 않는다. 자신과는 관련 없는 곳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나만 즐기면 되지 클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믿어서다.
못 말리는 축구광
영국인이 좋아하는 운동 중 위의 스포츠 종목들과는 너무나 다르면서도 대중화된 종목이 있다. 바로 축구다. 축구는 결코 공정한 규칙이 중시되는 운동도 아니고 고상한 신사정신이 요구되는 스포츠도 아니다. 소위 말하는 약육강식의 법칙 속에서 최고의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냉정하고 치열한 삶의 시장판 같은 스포츠다. 엄살을 떠는 할리우드 액션이 통하고, 말도 안 되는 오심도 통한다. 경기 후 오심이라 판정이 나도 승부는 뒤집어지지 않는다. 수천만 명의 TV 시청자가 보는 경기에서 심판이 못 보는 사각지대에 있다고 팔꿈치로 상대 선수를 가격하고는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달려 나가도 그만인 스포츠다. 공정이라는 말과 동일한 단어라고 하는 크리켓과는 정말 너무나 다른 운동이다. 그런데 이 운동이 영국에서 시작돼 발달했고 또 가장 영국인이 사랑하는 운동이 돼버렸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보통의 상식적인 영국인이라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스포츠인데도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과거에는 서민 운동이라 해서 사립학교에서는 잘 하지도 않았고 중산층들은 별로 관심을 안 가진 운동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총리를 비롯해 고위 정치인들도 자신이 어떤 프로팀의 팬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인기 관리가 될 정도가 됐다. 물론 중산층 지식인들도 어느 프로축구 팀의 팬이라는 것을 은근히 밝혀야 쿨(cool)하다고 인정해준다. 그러지 않으면 고루하고 지루한 인간형으로 취급받는다. 흡사 과거에는 생각도 할 수 없던, 청바지 위에 신사복 재킷을 입는 유행 같은 셈이다.
축구 클럽만 수천 개
공정과 규칙이라는 틀 안에 있던 영국인이 드디어 치열한 삶의 현장으로 나오는 현상 같은 것이라고 풀이한다면 너무 견강부회인지 모르겠다.
영국인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구 얘기를 조금 더 하고 넘어가야 할 듯하다. 영국인에게 있어 축구는 개인의 정체성과 동일한 개념이라고 봐도 된다.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EPL)라 불리는 최고 수준의 축구클럽부터 그 아래 리그들의 클럽만 해도 수천 개에 이른다. 동네 축구까지 따지면 영국축구협회(FA)는 그 숫자를 다 파악이나 하는가 모르겠다. 그 클럽 모두에 수천 명부터 큰 클럽은 수십만 명의 팬들이 따라다닌다 하면 영국인 중에서 축구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축구 때문에 전쟁을 일으킨 중남미와 남부 유럽의 라틴국가들도 만만찮은 축구 열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들의 축구는 열정이지 영국처럼 삶 그 자체는 아니다. 영국인에게 있어 축구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자려고 눈을 감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연결돼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문간에 배달된 일간지 뒷면을 먼저 뒤집어 축구 기사부터 보면서 허겁지겁 아침을 먹는다. 출근 지하철 안에서도 그 기사를 본다. 근무시간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축구 기사를 짬짬이 본다. 그러다가 점심 시간이 되면 회사 근처 펍에서 동료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전날 축구 이야기를 한다. 퇴근하면서 펍에 들러 ‘딱 한 잔(Just One Pint)’ 하면서도 축구 이야기, 집에 와서 급히 식사하고 달려간 동네 펍에서도 이웃 친구들이자 같은 클럽 팬들끼리 축구 이야기로 노닥거린다. 자기 전에 BBC TV의 ‘매치 오브 데이(Match of Day)’는 반드시 본방을 사수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오죽했으면 영국 여자들이 축구 안 좋아하는 동양 남자를 최고의 남편감으로 쳤을까. 이제는 그 동양 남자들마저도 축구에 물들어가고 있으니 영국 여자들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국가대표 선수도 알아서 훈련
육상경기 같은 개인 스포츠에 대한 영국인의 사랑도 특별나다. 육상, 수영, 스키, 체조 같은 경기는 주로 개인이 하는 기록경기다. 혼자서 연습하고 혼자 경기를 해서 자신의 기록이 상대 선수보다 나으면 우승을 하는, 정말 독불장군으로 해야만 성취할 수 있는 운동이다. 팀 스포츠를 좋아하는 영국인이니 이런 개인 운동은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할 수 있는데 영국 TV에서 육상경기는 아주 인기 높은 TV 중계 프로그램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영국인에게는 이런 개인 기록경기가 더 잘 맞는다.
영국에는 국가대표팀라고 해서 한국처럼 국가적인 보조가 이뤄지지 않는다. 국가대표 선수촌도 없고 금메달을 땄다고 연금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나마 좀 유명한 선수에게는 기업들이 후원하는 정도다. 한국처럼 회사가 운동선수를 직원으로 취업시켜 주고 회사 이름을 달고 다니면서 일은 하지 않고 운동만 하라는 제도는 없다. 평소에 언론에서 연예인 수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도 아니다. 운동을 잘한다고 진학에 특혜를 받아 시험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일부 학교나 대학이 자신들이 중점적으로 키워야 하는 종목의 선수를 필요에 의해 특혜를 좀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 대학의 조정경기는 유명하다. 명문사립 중·고등학교 때 조정경기로 이름을 날리면 이 두 대학교 입학은 보증된 셈이다. 그렇지 않은 일반 개인 기록경기 선수는 죽어라 개인 연습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누구도 따로 지원해 주지 않으니 자기 돈으로 외롭게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때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그냥 즐겨라!
영국의 올림픽 출전 선수들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달성하면 군대도 면제되고, 평생 연금도 받고, 갖가지 보조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악조건에서 선수생활을 해야 한다. 운동은 개인의 영광이나 성취욕, 혹은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지 한국 선수처럼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가 아니다.
영국인들은 운동선수 개개인이 열심히 하다 보니 그 결과 메달이 나오고, 그것을 집계하면 영국의 메달 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식으로 사고한다. 한국처럼 처음부터 국가 메달 획득 목표를 정해 놓고 메달 획득이 용이한 종목에 집중 투자하고 선수들을 몰아넣어 정말 문자 그대로 ‘메달 사냥’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스포츠는 개인의 성취욕을 위해 매진해야지 국가의 영광을 위해 하면 후진국 사고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렇게 개개인의 동기가 모여 각자 책임하에 노력하다 보면 국가 경쟁에 유리한 메달 수가 나오는 게 자연스럽지 않으냐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코 올림픽 메달 수가 국격을 높이는 상당한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말하고자 함이다. 한국도 그 정도 했으면 이제는 메달 수에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고 아름다운 젊은이들이 ‘더 빨리, 더 높게, 더 강하게(Citius, Altius, Fortius)’를 위해 쏟아붓는 혼신의 노력을 그냥 즐길 수는 없을까.
주간조선
글쓴이 권석하
IM컨설팅 대표. 영남대학교에서 무역학을 전공하고 1980년대 초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영국에 건너가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다. 유럽 잡지를 포함한 도서와 미디어 저작권 중개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월간 ‘뚜르드 몽드’ ‘요팅’, 도서출판 학고재 등의 편집위원도 맡았다. 케이트 폭스의 ‘영국인 발견(Watching the English·학고재)’을 번역 출간했다. 영국 국가 공인 관광가이드시험에 합격, 관광가이드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