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6살 소녀들 표적, 1년간 영국출신 38명 공식수치 빙산의 일각, 나이 들면 내다버려
올해 18살인 영국 리즈 출신의 조앤은 지극히 평범한 소녀였다. 어렸을 땐 그림그리기와 숨바꼭질을 좋아했고 10살 무렵엔 친구들과 나돌아다니거나 수다떨기를 즐겼다. 12살때 친절하게 접근해온 낯선 어른들을 만나면서 조앤의 삶은 송두리째 망가졌다. 그들은 처음엔 갖은 입발림을 늘어놓고 휴대폰을 사주는 등 환심을 사며 ‘남자 친구’가 됐지만, 오래지 않아 본색을 드러냈다. 16살때부턴 맨체스터, 로치데일 등 여러 곳으로 팔려다니며 감금된 채 성매매를 강요당했지만 돈은 구경도 해본 적이 없다. 영국에서 미성년 여아들의 인신매매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에서 자발적으로 건너오거나 인신매매단의 사기나 강요로 팔려온 성매매 여성들뿐 아니라 영국에 멀쩡히 가족과 친구들이 있는 소녀들까지 인신매매조직의 덫에 걸리는 경우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15일 보도했다. 지난달 맨체스터 법원도 다른 14살짜리 소녀를 납치해 술과 마약을 먹인 뒤 성매매에 넘긴 9명의 남성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2009년 4월부터 2010년 3월까지 영국 인신매매센터가 집계한 영국 출신 미성년 성착취 피해자는 38명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공식수치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한다. 버나도 아동자선재단이 지난해 돌본 609명의 성착취 아동 중에서만도 90명이 영국 내에서 납치된 것으로 조사됐다. 인신매매의 덫에 걸린 어린 피해자들은 자포자기 상황에 빠져든다. 조앤의 어머니 크리스틴은 “딸을 집에 가두면서까지 보호하려 했지만 나를 밀치고 2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나가버렸다”며 “인신매매조직이 납치한 소녀들을 세뇌시켰고, 딸은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고 돌이켰다. 성매매 피해자의 대다수는 12살에서 16살 사이에 인신매매 조직의 목표가 된다. 젊은 남녀 여러 명이 어린 여아에게 접근해 다양한 수법으로 환심을 산 뒤 포주로 돌변해 영국 각지로 팔아넘기는 수법이다. 경찰의 느슨한 대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크리스틴은 “딸을 태우고 간 자동차의 번호까지 가르쳐주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덧붙였다. 인신매매단은 조앤이 18살로 성장해 더이상 아동성매매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자 내다버렸다. 조앤이 이미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은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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