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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10일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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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10일 “총리직과 노동당 당수직에서 기꺼이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노동당과 자유민주당의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진척시키기 위해 총리직과 당수직에서 기꺼이 물러날 것”이라며 “필요한 것 이상 자리에 머물 욕심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구체적인 사퇴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언론들은 9월 연례 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당수가 선출될 때까지 브라운 총리가 당수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정 협상이 타결돼 새로운 내각 구성 준비가 끝나면 그는 총리직에서 곧바로 물러나게 된다.
하지만 노동당과 자민당, 군소정당간의 연정 협상이 타결되면 새로운 당수가 선출되는 9월까지 그가 총리직을 지킬 가능성도 있다.
브라운 총리는 “당수 경선을 준비하도록 당에 지시했으며 새로운 당수 선출 과정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함께 “노동당은 제3당인 자유민주당이 연정협상을 요청해옴에 따라 공식 협상에 착수한다”라고 말했다.
브라운 총리가 이날 사퇴 의사와 함께 자민당과의 연정 협상 착수 사실을 밝힌 것은 노동당과 자민당 사이의 연정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자민당의 닉 클레그 당수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브라운 총리와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혔었다.
지난 6일 실시된 영국 총선에서는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했다.
제 1당에 오른 보수당은 정부 구성을 위해 자민당과 연정 협상을 진행중이지만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조만간 노동당과 자민당 사이에 협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브라운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지난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을 획득하지 못했다”라면서 “노동당 당수로서 이는 나에 대한 심판이기 때문에 당수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닉 클레그 자민당수는 “브라운 총리의 결정은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위해 중요한 요소”라고 평가했다.
한편 보수당은 브라운 총리의 발표 직후 선거제도 개혁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최후의 제안을 내놓는 등 정당간 연정 협상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든 브라운 총리의 정치 역정
고든 브라운(59) 영국 총리가 10일 총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힘에 따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해 영국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재무통’의 약속은 후임자의 몫으로 남게 됐다.
브라운 총리는 2007년 6월 특별전당대회를 통해 토니 블레어 전 총리에 이어 영국 총리에 추대됐다.
그는 10년 최장수 재무장관 기록을 갖고 있으며 보수당 정권 시절 1992년부터 1997년까지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을 지낸 자타가 공인하는 ‘재무통’이다.
1983년 스코틀랜드 커크컬디 지역구에서 두번째 도전끝에 노동당 의원에 당선돼 블레어, 피터 만델슨(현 기업부장관) 등 젊은 의원들과 노동당의 혁신에 앞장섰다.
1994년 존 스미스 노동당 당수가 갑자기 숨진뒤 당시 예비내각 재무장관인 그가 당수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으나 만델슨의 중재로 블레어를 앞에 세우는 대신 브라운이 뒤를 잇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 지지도가 곤두박질친 뒤 총리에 오른 그는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하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부가세율을 인하하며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시행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시행해 노동당의 인기를 되살리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침체 장기화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아프가니스탄전 사상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각료들과 의원들의 세비 스캔들이 터지면서 여론은 다시 등을 돌렸다.
지난해 6월 지방의회 및 유럽의회 선거에서 참패한뒤 당내에서 블레어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 사퇴요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전격적인 개각을 단행하고 의원총회에서 반란 의원들을 무마함으로써 당내 반란을 차단했다.
이번 총선에서 그는 골수 노동당 지지자들을 규합해 29%의 득표율에 258석이라는 여론조사 결과 보다는 나은 성적표를 받았지만 4기 연속 단독 집권이 좌절된 것은 물론 2당으로의 전락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총선뒤 연정 협상이 보수당과 자민당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사퇴 요구가 잇따르자 노동당-자민당 연정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 닉 클레그 당수의 요구를 받아들여 사퇴 의사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