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서 비전 제시 … 좌파진영 일제히 비난 12년 만의 영국 정권교체는 이뤄질까?
데이비드 캐머런(42·사진) 영국 보수당 당수는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나타날 변화의 미래상을 8일 분명히 제시했다.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의 전환이다.
그는 이날 맨체스터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영국 경제위기의 원인을 “정부가 너무 커지고,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하고 모든 답을 갖고 있는 체 했다”는 데서 찾았다. 영국 재정적자는 내년에 1700억파운드(316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유시장 맹신에 따른 금융위기가 아니라, 큰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경제위기 주범이라는 것이다.
그는 국가의 개입 대신 ‘개인과 사회의 책임’을 강조했다. 캐머런은 “우리가 큰 정부를 다시 축소하고, 우리 사회가 움직이도록 책임감을 다시 세우면 영국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금수령 나이 상향조정, 실업급여 등 복지혜택 축소, 공무원 임금 동결 등 “고통스런” 공공분야 지출 축소를 그는 예고했다.
<가디언>은 캐머런이 “노동당의 큰 정부를 무너뜨리고 대신 개인의 책임, 강력한 가정과 공동체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캐머런의 연설은 차기 총리 1순위인 그와 보수당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였다. 늦어도 내년 6월까지 치러야 되는 총선에서 보수당은 1997년 이후 첫 정권교체가 유력하다. <스카이 뉴스> 최신 조사에서 보수당은 지지율 43%를 기록해 29%에 그친 노동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캐머런은 세차례 총선에서 패배한 뒤 벼랑 끝에 선 보수당의 ‘현대화’를 지난 4년간 이끌었다.
캐머런의 작은 정부론은 곧바로 좌파 진영의 비난에 직면했다.
영국 최대 공공노조인 유니슨의 데이브 프렌티스 사무총장은 “보수당이 여전히 마거릿 대처 시대의 사고에 사로잡혀 공공분야 정부지출 축소를 떠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동당 소속 리암 번 재무장관은 “전형적인 보수의 연설로 변화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캐머런은 이날 복지혜택 축소 등을 밝혔지만, 그동안 따뜻한 보수로 평가받았다. 선천성 장애를 앓다 지난 2월 숨진 6살짜리 아들 이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중과 거리가 있는 정치 엘리트라는 비판을 받아온 그는 이날도 이반 얘기를 꺼내며, 일반 대중과의 거리감을 좁히려 노력했다.
그는 “삶에서 그렇게 큰 부분이 갑자기 사라지면, 다른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다”며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캐머런은 이날 작은 정부를 강조하면서도 최저임금제 등 노동당의 일부 정책을 계승하면서 중도층 유권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