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즈> 뉴몰든 소개 기사 게재
영국에 정착한 한국인 이민자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인 이민사회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 보도했다. 영국 수도 런던 남쪽에 위치한 뉴몰든. 이곳은 ‘코리아 타운’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을 만큼 한국인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뉴몰든과 그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한국인은 1만5천명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지 학교인 ‘몰든 매너(Malden Manor) 초등학교’의 학생 430명 중 60명이 한국 학생일 정도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이곳에 본격적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대기업의 영국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늘어난 영국 주재원들이 주영 한국대사관 근처 대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 뉴몰든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이민자들은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문화적 차이, 언어 장벽을 넘지 못해 고립감에 시달려야 했다. 뉴몰든에 처음으로 문을 연 한인 식당이 “영어 금지”라는 팻말을 게재했다가 현지 관청으로부터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대부분의 이민자가 주재원인 것도 현지인과의 이질감을 증폭시켰다. 주재원의 근무 연한이 대개 3~5년이다 보니 한국인들은 현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기보다 ‘한국식 생활방식’을 고수했고, 아이들 역시 현지 학교에서 졸업할 때까지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보다는 단기 어학연수에 집중해야 했다. 현지인과 융화되기 힘든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변화의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평가이다. 영국으로 향한 한국인들은 과거와는 달리 현지화에 비교적 적극적이며, 주재원으로서의 임기가 끝나도 아이들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현지에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또 주재원이 아닌 한국인 이민자도 늘면서 뉴몰든의 오래된 상점들이 서서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 여행사, 부동산 중개소, 미용실, 슈퍼마켓, 한약방 등으로 변해갈 정도로 한국인은 뉴몰든의 주요 일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상은 어떨까? 대부분의 현지인은 아직도 ‘한국’하면 ‘2002년 한ㆍ일 월드컵 4강 진출국’이라는 사실부터 떠올린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정원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한 술집(pub)에 몰려가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하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 이민자들은 현재 ‘차분하고 신중한’ 이웃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고 FT는 보도했다. 배타적인 민족 공동체를 유지하며 현지인들과 문화적 충돌을 빚기보다는,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살고 있어 현지인들이 한국인 이웃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FT는 이 같은 현상이 한국인들이 지닌 ‘놀랍도록 영국인들과 비슷한’ 성격의 영향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쉽게 속마음을 터놓지 않고 과묵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을 꺼리고, 외국어에 서툴러 외국 출신 이웃과 관계를 맺는 데는 소질이 없는 편이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본지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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