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주요 대학들이 예년보다 내년도 예산이 ‘실질적으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줄어들게 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발적이라기보다 여론에 밀려 등록금을 동결한 측면이 큰 이들 대학은 가뜩이나 고환율과 물가상승 때문에 학교운영이 힘든데 일부 늘려잡았던 예산까지 묶여 허리띠를 꽉 조일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 또 아직 등록금 인상 여부를 정하지 못한 대학들도 분위기를 거스르자니 여론의 뭇매가 부담스럽고 동결하자니 여건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섣불리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 수십억에서 수백억원 ‘마이너스’ = 7일 대학가에 따르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들은 적게는 30억~40억원, 많게는 200억원의 내년도 예산이 사실상 줄어드는 셈이어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한숨만 쉬고 있다. 특히 등록금을 동결하더라도 장학금 등 학생복지 예산은 유지하거나 오히려 늘리겠다고 밝힌 대학이 많아 부담은 한층 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성신여대는 수입 손실분이 43억원 가량인데다 학교 경상비의 10%인 13억원을 장학금으로 돌리기로 해 모두 56억원의 비용 부담을 지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대도 70억원 정도가 덜 들어오게 돼 주머니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한양대도 등록금 동결로 170억원 가량 수입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휴학생이 부쩍 늘면서 예산 타격이 더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작년 등록금을 7% 올려 77억원을 더 거뒀던 한국외대 관계자는 “등록금 동결을 결정하기 전 일찌감치 각 부서에 내년 예산을 짤 때 10%씩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성균관대 관계자도 “등록금 인상 폭을 환산하면 200억원 가량이 예년보다 줄어든 셈이어서 신규 사업을 진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 올해 초부터 긴축 운영을 해왔지만 시설첨단화 사업이나 교육.연구환경 개선 사업 등이 주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경희대 관계자는 “경제위기에 대한 부담을 정부가 사립학교에 준 꼴”이라며 “교육부 예산을 크게 확충해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퇴양난’에 빠진 대학들 = 이런 분위기에서 등록금 문제를 결정하지 않은 대학들은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총학생회 등의 의견도 들어야 하는 등 절차를 밟아서 결정할 문제여서 언제 발표할지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기는 아직 곤란하다”며 한 발 뺐다. 등록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다른 대학들이 다 동결하는데 우리가 크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연일 동결하는 대학들이 줄줄이 나오니 눈치도 보인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대학의 예산 담당 관계자는 “외국 도서도 사야 하는데 환율과 물가가 오르는 등 지출 상승요인이 굉장히 많아졌다. 하지만 정부가 넉넉하게 지원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대학마다 사정이 있는데 ‘고통을 분담하라, 동결하라’고만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서울대 이장무 총장도 지난 2일 등록금 동결 방침을 밝히며 “등록금 동결은 몇몇 대학으로 족하고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정부가 어려운 대학을 도와주고 발전시킬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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