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중산층 교회로 꼽히는 소망교회(예장 통합)와 사랑의교회(예장 합동)는 70년대 후반 교회를 개척한 곽선희(70) 목사와 옥한흠(65) 목사가 올해 말 물러나고 김지철(55) 장신대 교수와 오정현(47) 미국 남가주 사랑의교회 담임목사가 뒤를 잇는다.
또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갈보리교회는 설립자인 박조준(69) 목사가 지난 1월 조기은퇴하고 이필재(59) 미국 LA토렌스제일장로교회 담임목사가 후임으로 부임했다. 그리고 감리교의 대표 교회 중 하나인 서울 광화문 종교교회도 27년간 교회를 이끌어 온 나원용(71) 목사가 오는 4월 은퇴하고 최이우(51) 왕십리감리교회 담임목사가 계승한다.
곽선희·옥한흠 목사 연말 물러나
소망교회(압구정동)와 사랑의교회(서초동)는 80년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서울 강남 지역에서 개신교의 바람을 일으키는 중심 역할을 해 온 교회들. 소망교회는 장엄한 예배 분위기와 지적인 설교가 특징이며 신자들 중 사회 지도급 인사가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사랑의교회는 교인들을 집중적으로 교육시키는 ‘제자 훈련’과 다양하고 활발한 분야별·연령별 활동으로 주목받아 왔다.
소망교회를 담임하게 되는 김지철 목사는 경기고·서울대 상대·장로회신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튀빙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1987년부터 장신대에서 신약학을 가르쳐 왔다. 성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설교에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김목사는 지난해 말부터 ‘동사목사’로 곽선희 목사와 함께 소망교회를 이끌고 있으며 내년 1월 담임목사 자리를 계승한다.
정년을 5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는 옥한흠 목사에 이어 사랑의교회를 맡게 되는 오정현 목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 재학 중 도미, 미시간 캘빈신학대학원을 거쳐 포쳅스트룸대에서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남가주 사랑의교회를 개척하여 신자 6천명의 대형 교회로 성장시킨 오목사는 일찍부터 옥한흠 목사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오는 8월 귀국하여 옥목사와 함께 사랑의교회를 이끌다 역시 내년 초 담임목사가 될 예정이다.
갈보리교회는 한경직 목사의 후임으로 영락교회를 담임했던 박조준 목사가 1985년 6월 서울 삼성동에서 개척한 초교파교회이며 2000년 4월 분당으로 이전했다. 이필재 목사는 서울장신대를 졸업하고 서울 염리교회·충신교회 부목사, 안성 신미교회 담임목사로 봉직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LA 국제선교교회·휴스턴 중앙교회의 담임목사를 역임했다. 박조준 목사가 미주 지역 한국인 목사들과 갖고 있는 목회 세미나를 통해 후임자에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종교교회는 1900년 미국 남감리교가 처음 세운 교회로 일제시대 윤치호·정춘수·양주삼 등 개신교 지도자를 배출하는 등 유서깊은 교회이다. 1976년 종교교회에 부임한 나원용 목사는 서울연회 감독을 역임한 감리교의 중진이다. 나목사의 뒤를 잇는 최이우 목사는 감신대와 동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광림교회 부목사를 거쳐 안산광림교회를 개척하면서 감리교의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아 왔다.
한국 개신교의 간판이라고 할 이들 대형교회의 세대 교체는 70년대 이후 개신교의 성장을 이끌어온 ‘교회 부흥 제1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한 것을 의미한다.
이런 흐름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이만신(74·중앙성결교회) 김선도(73·광림교회) 목사의 은퇴로 시작됐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김장환(69·수원중앙침례교회) 조용기(67·여의도순복음교회) 김홍도(65·금란교회) 목사 등의 은퇴가 예정돼 있다.
김장환·조용기 목사도 은퇴예정
강력한 리더십으로 교회를 급성장시킨 이들 유명 목사들의 일선 퇴진은 전환기에 놓인 개신교계에 개인적 카리스마보다 합리적이고 조직적인 활동의 비중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