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들어 초등학교 영어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유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 조기교육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기 영어교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사설 학원들은 광고를 늘리고 설비투자를 확대하며 ‘우리 얘가 초등1학년부터 뒤처질지 모른다’는 학부모들의 불안심리를 발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 학부모 “우리 애 주눅들라. 뒤처질라” 전전긍긍 = 영어조기교육은 그동안 소수 극성 학부모의 몫으로만 여겨졌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새정부의 영어 공교육 강화방침이 나오면서 영어 조기교육에 관심을 갖는 학부모들의 발길이 학원가로 몰리고 있다.
강남구 I학원 관계자는 “어머니들 관심이 달라졌다”며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입학해서 애들이 뒤처지고 주눅이 드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 엄마들은 이게 가장 걱정돼 늦어도 5살때부터 학원에 보내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초교 1학년 아들을 둔 송영봉(30.여)씨는 “잘하는 애들은 따라갈 수 있지만 아닌 애들은 따라갈 수 없으니까 조금이라도 부족하다고 느끼는 엄마들은 그 수준을 맞추려고 애들을 학원이나 과외선생님을 붙일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것”이라고 전했다.
초교 1학년 딸을 둔 김연숙(37.여)씨는 “딸이 우리 말보다 영어를 더 잘한다. 못하면 동네에 놀 애들이 없기 때문이다. 영어 공교육이 강화되면 효과는 나겠지만 당장은 학부모의 타는 속에 기름을 붓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유아를 둔 이모(33.여)씨는 “3월부터 어린이집에 추가비용을 내고 영어수업을 신청했다”며 “주변에서 모두 영어교육을 별도로 시키더라. 학원이나 방학 이용해서 어학연수도 보내더라. 영어 공교육 활성화하면 좋지만 나는 솔직히 모두가 다 나서는 판국에서 학교 수업만으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C학원 영어강사는 “학교 수업은 ‘배우기’보다는 ‘따라간다’는 인식이 강하지 않나. 아이들이 다 따라올 수 있을까. 엄마들의 걱정이 깊어질수록 사교육이 늘 수밖에 없다”라고 예상했다.
◇ 학원들 ‘호재 만난 김에 판 키우자’ = 최근 가정집에 배달되는 전단에도 미취학 어린이를 수강생으로 모집한다는 조기 영어교육 광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
유초년 영어학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의 정보란이나 학부모 커뮤니티에 초교 영어수업이 올해부터 ‘의무화’한다는 식의 언론보도와 자체 분석 등을 속속 게재해 학부모들의 학원 등록을 부추기고 있다.
초교 영어수업이 1학년부터 시작하는 만큼 미취학 아동 전반으로까지 영어시장이 급팽창한다고 내다보고 발 빠른 행보를 보인다는 게 업계와 학부모의 설명이다.
강남구 E학원은 “어머니들 상담이 많이 오기 때문”이라며 다음 달부터 종전에는 없었던 5∼7세 등 미취학 어린이반을 개강해 한 달에 85만원씩을 받고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G학원 관계자는 “2, 3, 4월까지는 학기초라서 그런지 영어 공교육 강화 때문에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담은 많은 편”이라며 “사교육 시장이 무조건 팽창하는 건 아니고 그 안에서 차별화가 이뤄져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학원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