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못한 시민 1천명 국회 앞 대형스크린으로 지켜봐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린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역사적인 취임식 장면을 지켜보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민들은 취임식에 초청받았건 받지 못했건 간에 작년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건 지지하지 않았건 간에 “5년 뒤에 훌륭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며 새 정부의 출범을 한 마음으로 환영했다.
국회 주변에는 이날 오전 5시부터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해 입장 시작 30분 전인 오전 8시께에는 국회 정문 주변 및 건너편 인도가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다.
전남 장성군에 산다는 김중억(79) 할아버지는 “취임식을 보기 위해 어젯밤 서울에 올라왔다”며 “새 정부는 서민을 위한 정부, 그늘에 가려진 사람들을 잘 살게 해주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원도 삼척에서 올라왔다는 정라민(33.여) 씨는 “취임식 참석 신청을 냈다가 떨어져 밖에서나마 취임식을 보기 위해 왔다”며 “작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국정을 잘 운영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반시민으로 가장 먼저 행사장에 입장한 심은호(57) 이명숙(52) 부부는 “오전 6시 국회 앞에 도착했다”며 “경제를 살리라고 뽑았으니까 모든 계층에게 희망을 주는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행사장에 입장한 이재훈(14) 군은 “최근 새 정부의 표어 공모에 `이명박의 대통령은 국민이다’를 낸 덕분에 부모님과 함께 초청받았다”며 “대통령께서 장애인들에 대한 복지정책을 개선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국사에서 온 성타(67) 스님은 “경제 살리기와 함께 국민 화합과 갈등 해소에 힘써주길 바란다”며 “그것만 해결해도 정말 훌륭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새벽부터 국회주변 시민 몰려
대통령 배출 동지고 동문들 자원봉사
경찰 5천명 국회 주변 철통 경비
시민들은 오전 8시30분 부터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10여 개의 임시 출입구와 경찰의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 행사장 입장을 시작했다.
행사 지원을 위해 나온 행자부 소속 직원 500여 명은 시민들이 제시한 초청장을 녹색, 빨간색, 보라색 중 한 개의 배지로 교환해 준 뒤 국회 광장으로 안내했다.
초청장이 없어 행사장에 입장하지 못한 시민 1천여 명은 국회 정문 앞에 설치된 가로 4m 세로 3m 크기의 대형스크린을 통해, 혹은 국회 앞 인근 빌딩에 올라가 취임식을 지켜봤다.
특히 40대 남자와 50대 여자가 초청장 없이 행사장에 들어가려다 제지를 받자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들여 보내달라”고 요구하며 억지로 들어가려고 해 보안요원들과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신월동에 사는 한모(67)씨도 “새 대통령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기 왔는데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한편 여의도공원 맞은 편에 위치한 한화증권 건물 외벽에는 600m 가량 떨어진 국회 정문에서도 `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큰 현수막이 걸려 주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을 배출한 경북 포항의 동지고(옛 동지상고) 동문과 그 가족 모임인 `형산포럼’ 소속 회원 20여 명도 전세버스를 빌려 이날 새벽같이 포항을 출발해 이른 아침 국회 앞에 도착했다.
오전 7시께 국회 앞에 도착한 이들은 가지고 온 커피와 귤 등을 정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에게 나눠주며 자원봉사활동을 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의 고교 후배라고 밝힌 이상구(61)씨는 “이 대통령은 풀빵장사를 하며 어렵게 공부하면서도 크게 성공한 매우 자랑스러운 동문”이라며 “5년 뒤 대통령직을 떠날 때에도 우리나라를 빛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5천여 명은 이른 새벽부터 국회의사당 주요 출입구, 인근 건물, 지하철역 등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경찰은 서강대교 남단에서 여의2교 사이 1.5㎞ 구간에 1.5m 간격으로 병력을 2중으로 배치하는 한편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초청장을 소지한 사람 외에는 국회출입을 통제했다.
이밖에도 소방차 2대, 119 구급차량 1대, 병원 응급차 1대 등이 국회 정문 맞은편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