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연재기획>-한인식당 유학생아르바이트 현주소
본지 엄미연·이윤경 인턴기자가 지난 8월부터 2달여 동안 한인식당의 아르바이트 현실과 임금에 대해 취재했다. 발로 뛰며 만든 이 기사는 총 3회에 걸쳐 임금, 근무환경, 업주와 학생들의 이야기 등을 깊이 있게 담을 예정이다.
영 법규정 £5.35 … 한인식당 평균 £4.55
“내가 정말 외국인 노동자 같애. 일하랴 공부하랴 힘들어 죽겠어.”
런던에 위치한 모 영어학원의 휴식시간, 한국학생들의 탄식이 곳곳에서 이어진다.
비행기로 12시간 9시간의 시차를 넘어 먼 영국 땅까지 날아온 그들. 부푼 꿈을 안고 오지만 살인적인 물가에 허리띠를 졸라매도 생활이 녹록하지 않다. 체류비용 충당을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드는 젊은이 중 한인식당에서 일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한인밀집지역 뉴몰든과 런던 시내 50여 곳을 넘어선 식당의 근무 현실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아르바이트생들도 모르는 최저임금
한인식당의 업주들과 일하는 아르바이트 학생들간 임금문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컸다.
한인식당 20여 곳의 임금 조사 결과 시간당 평균임금은 £4.55로 나타났다. 지역별 차이도 두드러졌는데 시내지역에 비해 뉴몰든 지역의 평균임금은 50P 적은 £4.30로 조사됐다. 최고임금은 시급 £5.50, 최저임금은 £3.80로 각각 나타났다.
대부분의 식당이 2주~1달 정도 수습 기간을 두고 있었고 이 기간에는 적은 임금을 지급했다. 수습기간 중 시급이 £3.00인 곳도 있었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임금이 얼마인지 아십니까?’라는 질문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모른다’고 답한 반면 업주들은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영국 정부는 10월 1일부터 22세 이상 성인의 법정최저임금을 시간당 £5.05에서 £5.35로 올렸다(www.hmrc.gov.uk).조사대상 업체 20여 곳 중 지난 9월까지의 최저임금인 £5.05 이상 지급하는 업체는 단 4곳, 10월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인건비를 올릴 계획을 가진 식당은 1곳 뿐이었다.
초과근무는 무료 봉사?
시내 한인 식당에서 2개월 째 근무하고 있는 A군은 “정해진 근로 시간 외에 추가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도 연장 근무에 따른 임금을 받아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주말이나 뱅크홀리데이 등 공휴일 근무에 따른 추가수당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B양은 “버스도 다니지 않는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야 했지만 정해진 시급 외의 추가수당은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업주들 ‘세금인상, 경쟁업체 증가’ 한숨
“줘야 할 돈은 주는 게 인지상정이죠. 하지만 업주 입장도 좀 이해를 해줬으면 해요.” 뉴몰든에서 식당운영만 10년째라는 한 업주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가스, 전기요금 등 각종 공과금은 해마다 오르고 있는데 음식값은 10년 전과 같은 수준이거든요. 수익은 줄어드는데 인건비, 임대료에 신용카드 수수료 등 경비는 태산처럼 불어나니 답답해요.”
한 식당 사장은 “20년 전 만해도 몇군데뿐이었던 한인식당이 지금은 뉴몰든만 20곳이 넘어요. 손님은 한정적인데 가게만 늘다 보니 결국 서로 가격경쟁과 손님유치에 신경 많이 쓰고 있어요. ‘어렵다, 어렵다.’ 하면서도 누구 하나 앞장서서 음식 값 올리기가 쉽지 않은 것도 다 그런 이유예요. 반찬 하나라도 무료로 더 내놓아야 손님들이 오는 마당에 음식값을 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인식당 대다수가 소규모라 경제적 어려움이 더 크다고 호소하는 업주들도 많았다.
한 업주는 “인건비 부담으로 중국 동포를 채용하는 곳도 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인 학생들의 ‘노동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뉴몰든의 모 사장은 “한인식당에서 일자리를 찾는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영국 도착한 지 얼마 안 된 학생들이라 영어를 잘 못한다. 외국손님들에게 음식메뉴 하나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벙어리가 고기를 구워주는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 그는 이어 “영어가 능통한 직원을 구한다는 구인광고를 내도 누구 한 명 찾아오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학생들 스스로 질을 높이도록 노력한다면 임금은 얼마든지 올려줄 수 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인턴기자 엄미연, 이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