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대륙’ 유럽이 ‘신세계 와인’의 맹추격에 맞서 와인산업 구조조정의 칼을 빼들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내수 위축과 수출 경쟁력 저하, 과잉 생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 와인산업에 대해 생산량 감축 등의 구조조정에 나설 움직임이다.
◆와인 덜 마시는 프랑스, 더 마시는 미국
전 세계 연간 와인소비량은 약 300억 병(750㎖ 기준). 전 세계 와인 생산 및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명실공히 ‘와인 대륙’이 흔들리고 있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와인협회(OIV)에 따르면,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독일·포르투갈 등 유럽 5대 와인 수출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980년대 초만 해도 75.6%에 달했으나 지난해 62.1%(잠정치)로 떨어졌다. 대신 1980년대 초에 1.6%에 불과하던 신세계 와인(미국·호주·칠레·아르헨티나·남아프리카공화국)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25.5%로 급증했다.
전통적 생산 방식을 고수해온 프랑스는 최고급 와인에서는 여전히 세계 시장에서 대접받는다. 하지만 중저가 와인에서는 균일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 신세계 와인에 밀리고 있다. 2004년에는 프랑스 와인 수출이 5.8%(물량 기준) 감소했고, 2005년에도 1.9% 하락했다.
유럽 와인업계를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내수 위축이다. 젊은층에 점점 술을 덜 마시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세계 1위의 와인 소비국이던 프랑스가 2008년에는 미국에 1위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로는 망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현재 350만 헥타르에 달하는 포도밭 가운데 약 40만 헥타르만큼의 감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를 포함, 지난해 유럽의 와인 생산량은 1억7800만헥타르리터(약 237억 병)에 달한다. 2200만헥타르리터(약 29억 병)가량이 과잉공급된 상태다. 이 추세로라면 2010~2011년에는 2800만헥타르리터(약 37억 병)가 남아돌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보조금 지급 방식도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EU는 전년도 생산량에 따라 나라별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와인생산업자들이 생산량을 적극 줄이지 않는 이유다. 또 EU는 지난해에 프랑스, 스페인 등에 과잉 생산된 와인을 공업용 알코올로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 5억유로(약 6000억원)를 지원했다. EU는 이 보조금도 중단할 태세다.
마리안 피셔 뵐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은 “EU 와인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 없이는 ‘신세계 와인’의 수출만 계속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EU 15개국의 와인생산업자(159만4000호) 중 3분의 2는 저렴한 테이블 와인을 생산한다. 물량을 줄이고 품질을 개선하는 EU의 구조조정은 특히 값싼 와인을 생산하는 농가들을 겨냥한 대수술이어서 거센 반발과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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