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치 않은 두 사람 - 막상막하 좌충우돌 부엌 쟁탈기!
밥짓기
“익, 쌀은 왜 씻냐?”
“어, 약속 안 지키시고 왜 들어오셨어요?”
“나는 주스도 못 마시냐? 근데 왜 쌀을 씻어?”
“‘벌써 씻었다’라는 표시가 없는 모든 쌀은 씻어야 돼요!”
“파스타는 안 씻는데, 쌀은 왜 씻어?”
“파스타는 삶은 물을 버리지만, 쌀은 물도 같이 먹잖아요!”
“그럼 지금까지 쌀 안 씻고 밥해온 내가 틀렸다는 말이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절대! 내가 밥 짓는 걸 간섭 안 하기로 손가락 걸고 도장까지 찍었건만, 못 미더워 안달이 난 시아버지가 주스를 핑계로 들어오셔서 또 잔소리를 시작하신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돌아오신 시아버지, 밥솥에 손을 넣어 물을 재는 날 보고는 거의 기절초풍!
“으악, 쌀은 더럽다고 씻더니만 거기다 손은 왜 집어넣냐?”
“밥물 재는 거에요. 쌀 씻을 때 손도 씻어서 깨끗해요!”
“손 큰 사람은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물을 재냐?”
“진밥 먹어야죠, 뭐!”
“끄~~응”
이상이 요즘 위장에 탈이 났다는 핑계로 저녁엔 밥을 먹게 해달라는 간청을 수락하신 시아버지와 벌인 밥 짓기 소동이다.
우리가 가정책에서 배운 그대로-물 양은 쌀의 1.5배, 밥 끓기 시작하면 불을 줄인 후 12분 타이머를 맞추고, 불을 끈 후 5분간 뜸을 들임-밥을 짓는 시아버지는 내게도 메모를 해주시면서 “꼭 이대로 지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셨다.
그러나,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쌀 소비 국가 한국에서 온, 밥 짓기 경력 20년째의 중늙은이 새댁인 내가, 파란 눈의 시아버지가 건네준 쪽지대로 밥을 지어 가문에 누를 끼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평소에도 당신이 가르쳐주는 대로 안 한다고 불평이 많던 시아버지, 이날도 암행사찰로 ‘무식한 밥 짓기’를 적발하고는 하루 종일 궁시렁대셨다.
휴~ 밥 한번 해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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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 북 출판 / 전희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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