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상징은?’ 버킹엄 궁전, 따뜻한 맥주, 예절 등이 떠오르면 당신은 구식 낭만파다. 폭음, 청소년 갱단, 훌리건이 생각나면 그 반대다.
어떤 쪽이든 외국인에겐 상관없을 이 질문이 영국에선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 논란으로 이어진다. 특히 영국 태생 무슬림들이 자행한 작년 7월 런던 지하철·버스 폭탄 테러 이후 ‘영국다움(Britishness)’에 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일 보도했다.
계관 시인 존 베처먼이나 존 메이저 영국 전 총리가 소개한 전통적인 영국은 적당히 거리를 둔 인간관계와 전원풍의 자연이다. 여기엔 질서와 금욕이 배 있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에선 길게 줄을 선 모습이 사라져 간다. 부자임을 밝히길 꺼리던 문화도 고급 스포츠카와 사치스러운 소비문화로 변했다.
급기야 런던 테러는 ‘다민족 국가’ 영국의 정체성에 심각한 질문을 던졌고, 영국 내무부는 작년 11월 ‘영국에서의 삶’이라는 146쪽짜리 책을 냈다. 이 책은 영국 역사와 ‘남의 음료를 엎질렀다면 음료를 사줘야 영국답다’는 예절 등을 담았다.
하지만 책에 없는 내용이 또 논란이 된다. BBC방송이 평화 시기에 안 어울린다며 영국을 대표하는 노래 메들리 ‘대영제국 주제곡(U.K. Theme)’ 송출을 33년 만에 중단한다고 지난달 발표하자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사진)은 “이 노래는 영국의 상징이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보수당측은 “필요없는 것을 거부해야 영국답다”며 반박했다. 정치인까지 가세한 영국의 정체성 논란, 그들은 변화 속에서 자신이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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