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입국시 체포…공짜 해외여행 미끼에 20억원 상당 마약 운반
국제마약조직이 한국내 유흥가 등지에서 여자들을 포섭, 공짜 해외여행 등을 미끼로 3국간 마약운반에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4일 20억원(£1m)대의 코카인을 지니고 영국 맨체스터 공항 입국시 체포된 20대 한국여성 방 아무개(24)씨와 태 아무개(24)씨는 국제마약조직에 포섭돼 운반책으로 이용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영한국대사관 관계자가 밝혔다.
이번 사건의 배후로 보이는 프랭키라는 이름의 35세 전후의 나이지리아인 남자가 이미 한국에서 7∼8명의 젊은 여자들을 포섭해 마약운반에 이용한 것으로 생각되며, 프랭키가 연루된 사건이 올 하반기에만 5건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관계자들은 밝혔다.
맨체스터 소재 스타이얼(Styal) 여자 교도소에 수감중인 두 여자 중 방씨는 몇 개월 전 서울 이태원의 유흥가에서 알게된 박 아무개(34·여)씨를 통해 프랭키를 소개받았다.
박씨는 방씨에게 프랭키가 유럽에 옷과 신발공장을 12개나 가지고 있는 남자친구라고 소개한 후 공짜항공권으로 네덜란드에 있는 프랭키에게 놀러가자고 제의했다.
외국여행 경험이 없던 방씨는 박씨를 따라 10월17일 한국을 출발, 예정과 달리 △중국 △스위스 △브라질 △페루 △네덜란드를 거쳐 독일까지 갔으며 프랭키를 만난 후 10월29일 귀국했다. 방씨는 이 여행 중에도 본인이 알지 못한 채 마약 운반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씨는 11월 초 프랭키로부터 옷과 신발 샘플을 전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태씨와 함께 지난달 17일 한국을 떠났다. 이들은 프랭키와 런던에서 3일간 지낸 뒤 20일 남미 가이아나로 가 그곳 현지인들로부터 물건을 전달받은 후 24일 맨체스터를 통해 영국에 입국하려다 체포됐다.
프랭키로 알려진 키 175∼178cm의 이 나이지리아인은 서울 용산 해방촌의 흑인 밀집 거주지역에 머물면서 한국여자들과 돈을 잘 쓰고 다녔으며 98년 이화여대 건국대 등에서 한국어 연수를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당국은 그가 남미에서 생산된 코카인 등 마약을 유럽과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 공급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태씨와 방씨는 체포 다음날인 25일 치안법원의 예비심리에 출두해 신원확인 후 체포혐의에 대해 시인했다.
주영대사관 김유철 영사는 지난주 두 사람이 감금된 맨체스터 교도소 방문·면담과 국선변호인과의 상담을 통해 그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보였다.
한국과 영국간에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아직 없어 내년 6∼7월 쯤에 시작할 형사재판에서 이들이 유죄로 징역형을 받을 경우 영국내 교도소에서 형기를 채워야 한다.
<특별취재반>
<연합뉴스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