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I가 만든 TV모니터를 보며 CJ에서 나온 햇반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집전화는 KT, 휴대전화는 SKT를 이용한다. 담배는 KT&G 제품을, 쇼핑은 이마트를 선호한다. 가끔 TGIF나 아웃백스테이크에서 외식을 하고, CGV를 찾아 영화를 즐긴다. 광고에선 ‘We하여’ ‘e편한세상’등 국적을 알 수 없는 영어식 표현이 난립한다.’
기업이미지통합(CI) 변경 바람과 함께 영어식 회사이름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고유의 이름을 고수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도 자주 바뀌다 보니 회사이름을 1년에 두 번 바꾸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5년간 상장·등록사 4개 가운데 1개꼴로 회사이름을 바꿨으며 바뀐 이름은 대부분 영어식 표기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증권예탁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회사이름을 바꾼 기업은 상장(거래소)·등록(코스닥)사를 합쳐 408개에 달했다. 이는 전체 상장·등록사 1553개 가운데 26%에 해당하는 것이다. 4개중 1개꼴로 회사이름을 바꿨다는 얘기다.
상호변경 회사는 99년 42개사에서 2000년 130개사로 껑충 뛰었고, 2001년 70개사, 2002년 99개사, 2003년 67개사 등 연평균 81개사에 달했다. 바뀐 이름의 특징을 보면 2001년까지만 해도 닷컴, 넷, 텍, 벤처, 캐피탈 등 첨단이미지를 나타내는 표현이 선호됐으나 최근엔 영어식 약자 표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포스코(←포항종합제철) CJ(←제일제당) KT&G(←한국담배인삼공사) SDI(←삼성전관) 등이 대표적 사례다.
회사이름을 바꾸면서 과거 이름과 전혀 상관없는 영어식 이름을 찾는 회사도 많다. 케이지케미칼(←경기화학공업) 오리온(←동양제과) 페이퍼코리아(←세풍) 넥사이언(←유일반도체) 등이 그런 케이스다.
사명을 바꾸면서 회사이름에서 ‘굴뚝산업’ 냄새를 없애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신양회, 광림, 대동전자 등은 회사이름에 붙었던 ‘공업’ ‘산업’ ‘기계’등을 떼냈고, 중앙디지텍(←중앙염색가공) 케이씨티시(←고려종합운수) 코스프(←고려특수사료) 등은 영어식 표현을 통해 첨단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대표기업들의 잇단 회사이름 변경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않다. 삼성경제연구소 최봉 수석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도요타, 미쓰비시 등 수십년간 전통이름을 고수하는 기업이 많으며 노키아 역시 부르기 좋게 붙인 이름을 지금까지 고수하고 있다”며 “잦은 CI변경이 기업의 전통을 계승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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