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닭 한 마리를 4.4초 만에 벌거숭이로 만들 수 있다면, 혹은 30초 만에 벌레 95마리를 삼킬 수 있다면?’
지구촌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비웃겠지만 기네스북에 오를 수는 있다. 여성 브래지어의 후크를 한 손으로 1분 만에 17개를 풀거나, 혹은 한꺼번에 982명을 대형 소파에 앉혀도 기네스북에 오른다.
영국 <로이터>통신이 지난달 25일 전한 기네스북 이야기에는 ‘경계’가 없다. 세계 최고, 최대, 최다, 최소, 최단, 최장 등으로 ‘최’라는 접두사만 붙일 수 있으면 어떤 기록이든 책에 실린다.
2004년판 발간을 하루 앞두고 <로이터>와 인터뷰한 클레어 포커드 편집장은 “미친 짓이 재미있는 것”이라며 “사람들의 흥미에는 끝이 없다”고 말했다.
기네스북은 아일랜드 흑맥주로 유명한 기네스사의 임원이었던 휴 비버의 착상으로 1954년 탄생했다. 사냥 실력이 뛰어났던 그는 ‘물떼새가 사냥감 중 가장 빠른 새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이다 ‘세계 최고…’ 기록을 책으로 펴내기로 결심했던 것.
기네스가 책을 펴내기 시작한 뒤 세계는 기록 도전의 열풍에 빠져들었다. 호텔방 문고리에 걸어놓는 ‘깨우지 마시오(do not disturb)’ 카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스위스 사람, 세계 최다인 2685명의 산타클로스가 퍼레이드를 벌인 도시(스웨덴 브라란다), 최고령인 60세로 스트리퍼가 된 미국 남성 등 이색 기록이 쏟아졌다.
오늘날 기네스북은 성경과 코란에 이어 세계 3대 베스트셀러다. 올해 말까지 1억권 이상 팔릴 것으로 보여 저작권이 붙은 책으로는 그 자체가 기네스 기록감(세계 최대 판매부수)이다.
기네스북에 실리기 위해 해마다 6만건의 세계기록 도전이 벌어진다. 2004년판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슴이 큰 미국 여성, 가장 귀가 긴 개, 3240개의 비행기 위생대를 수집한 네덜란드 남성, 69명의 자녀를 낳은 러시아 여성 등이 새로 수록되는 영광을 얻었다.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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