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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pology: Jessie Baek and Minhee Yeo ⓒ Ikin Yu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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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뉴욕에서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위안부, Comfort Women: A New Musical’ 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요, 고은이라는 이름의 한국 십대 소녀가 가족을 위해 돈을 벌 목적으로 도쿄로 떠나지만, 결국 납치되어 ‘위안부’로 알려진 성노예가 되는 이야기였습니다.
뮤지컬은 고은과 다른 ‘위안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데, 관객들은 그러한 비극이 어떻게 젊은 여성의 삶을 영구적이고 고통스럽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다. 일본 제국주의 육군이 저지른 실제 전쟁 범죄를 바탕으로 한 ‘위안부’에는 14세의 소녀들이 하루에도 약 50명에서 100명의 군인을 상대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해 충격이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22년이 되어서야 실화를 바탕으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아시아와 동남 아시아 지역에서 일본군 성노예 연극 ‘사과, The Apology’가 필리핀계 영국 연출가에 의해 영국 무대에서도 소개 되었습니다.
창작 초기 단계, 거의 변함없이 리허설 첫 주가 되면 ‘이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하지만 난 퍼즐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연극을 연출하는 일은 퍼즐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리허설을 시작하면서 창작진과 보낼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최대한 신뢰를 갖고 있어야… - Ria Parry 연출가 -
옥스포드에 위치한 노스월 아트센터(North Wall Arts Centre)의 연출가인 리아 페리가 영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들과 주로 아시아 이야기를 해온 뉴어스 시어터(New Earth Theatre)와 공동 프로듀싱한 신작 연극 ‘사과’는 한국 작가 최 교(Choi Kyo)의 작품인데요,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무렵부터 2018년까지의 이야기를 시대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사과’는 일본군이 한국·중국·필리핀 등 점령국에 거주하는 여성·소녀들을 ‘위안부’로 지정해 강제로 성노예 캠프에 넣으면서 전쟁 중 벌어진 일을 조명하는 일본 정부는 그 일에 대해 책임을 진 적이 없는 다소 무거운 소재의 이야기 입니다. 왜 영국에서 이 소재가 연극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을까 궁금해 집니다.
연출가 페리는 “영국의 많은 사람들이 거의 알지 못하는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며 “여성들 중 약 11명만이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문제는 이 여성들이 사라지면 누가 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그저 일본이 우리에게 행한 만행을 보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해 가해지는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금도 우크라이나처럼 어딘가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곳에선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해당 정부가 과거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지는지 그리고 법적 책임과 도덕적 책임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다른 많은 질문들을 한꺼번에 던지고 있는 연극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전시를 통해 유사한 이야기가 소개되었으나 영국에서 공연 장르로 선보인 것은 ‘사과’가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국에서는 아무도 관심 없을 줄 알았던 일본군 성노예 이야기가 생각보다는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는 세계 2차 대전 중 일본제국군에 의해 납치돼 성노예가 됐던 수십만 명의 여성을 일본군 시각으로 완곡하게 일컫는 말입니다.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고 김학순의 공개 증언을 시작으로, 그들의 증언은 성폭력을 전쟁의 무기로 사용한 일본의 반인륜 범죄의 실체를 밝히는 계기가 됐는데요, 미국 연방 의회는 2007년 일본 정부가 젊은 여성들을 성노예로 몰아넣은 데 대해 분명하고 모호하지 않은 방식으로 공식 인정·사죄하고, 역사적 책임을 받아들일 것을 촉구하는 121호 결의안을 통과시켰죠. 당시 일본 정부는 인권 문제임을 인정하기보다 반일 프로파간다라며 반대 로비를 펼쳤구요. 위안부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각종 단체의 성립, 기림비 건립, 소녀상 제작 등 전 세계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연극 ‘사과’는 영국 공연계가 더하는 목소리 입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분쟁 보다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 역사적 진실과 정의를 마주하고 화해와 평화·공존의 필요성이 강조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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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내 아이의 연예 활동 - 고려사항
런던 극장 협회는 아동 관객들이 공연을 더욱 적극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특별 행사 기간을 발표하는데 바로 “아동 주간 [Kids Week]”이 그것입니다. 1998년에 시작된 키즈 위크는 8월에 시작하며 16세 이하의 아동은 부모님(동행하는 성인)이 티켓 정가를 모두 지불할 경우 두 명까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세번째 아이부터는 50% 할인을 해 주는 행사이죠.
2012년엔 런던이라는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비지니스(정책)이나 사람, 장소 등에 수여하는 런던 생활대상[London Lifestyle Award]에서 최우수 문화 상품상을 받기도 했던 제도입니다.
물론 이런 행사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 단위의 공연시장이 조금씩 확대되어 왔고 그러다 보니 어린 관객과의 동년배 아이들이 배역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이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꾸준히 만들어지게 되었는데 아동 배우들이 출연 규정을 업계에서는 ‘샤퍼론(Chaperone, 아역배우의 사회적 활동을 도와주는 매니져)’으로 대변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영국 공연업계에 적용되는 어린이 배우들의 무대 작업 규정이 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는데요, 영국의 미디어와 연예계 종사자 노조인 BECTU [Broadcasting, Entertainment, Cinematograph and Theatre Union]측에서 공연, 영화, 디지털 미디어를 포함한 예술, 그리고 텔레비전 산업의 고용주들에게 긴급 대화를 요청했고 이 분야에서 활동중인 어린 배우들을 보호할 수 있는 샤퍼론을 더 고용해 일관된 아동 보호정책을 유지해 달라는 요구에서 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샤퍼론 라이선스를 취급할 때 두 개의 서로 다른 추천서와 지원자의 아동 학대의 전력을 조사하고, 인터뷰를 거쳐 안전관리 교육을 이수한 사람에게만 해당 지역 카운슬[Council-행정기관]에서 발급하도록 되어있죠.
BECTU노조측은 영국 연예계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규정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 같다며, 노동 시간, 휴식, 간식, 출퇴근 지원, 그리고 무대 활동으로 인해 뒤처질 수 있는 학업에 까지 확장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예를들어 5시간짜리 웨스트엔드 장편 연극인 해리포터에 고용된 샤퍼론들은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을 업계에 맡기고 떠나려면 전국적으로 각 지역마다 나누어진 샤퍼론 라이선스 제도가 통일되고 국가적 스탠다드를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는데요. 규정이 있으나 해당 지역 카운슬마다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것이 문제인데 특히 지원자의 아동 범죄 기록 조사를 철처히 하지 않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 번 샤퍼론으로 지원해 라이선스를 취득한 후 다시 취득할 때 단지 두 장의 추천서만으로 믿고 발급하는 행정관의 안이한 관례를 언급한 것이죠. 그래서인지 업계엔 “내가 기르던 강아지도 샤퍼론의 손에 잠시 맡기는것도 불안하다”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내 아이들이 안전하게 연예 활동을 할 수 있으려면 부모중 한명이 샤퍼론이 되면 어떨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해 당사자인 아이들의 부모들이 제작사의 돈을 받고 샤퍼론 역할을 대행하는 것인데,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방 극장에서는 경험도 없는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규정상 필요한 최소한의 트레이닝도 받지 않고 자격을 획득하고 있어 법망을 피해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점점 커지고 있는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시장과 많게는 백억단위의 외국 뮤지컬의 라이선스 작품에도 어린 배우들이 자리하고 있어 이제는 우리도 이 분야에 대한 제작사의 뚜렷한 인식 전환과 업계 스스로의 엄격한 규정이 필요할 듯합니다.
ILOVESTAGE 김준영 프로듀서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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