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 속 민심 외면 인정
지방선거 패배 후유증으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지도력 위기를 맞고 있다.
6일 영국 언론에 따르면 캐머런 총리는 자신과 내각에 대한 보수당 내 비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상원 개혁안과 동성결혼 법안 등 주요 개혁 정책의 추진 속도를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캐머런 총리는 9일로 예정된 여왕의 입법 계획 의회 연설에서 상원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일정 언급을 피하고, 동성결혼 법안 추진도 보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보수당 내부에서는 두 법안과 관련, 보수당의 전통적인 가치를 흔드는 것이라는 불만이 표출됐었다. 중간선거로 치러진 지방선거 패배는 캐머런 총리에 대한 당내 불만이 폭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긴축정책으로 서민 생활이 어려워진 가운데 부유층에 유리한 세제 개편과 정치후원금 모금 파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과의 유착 의혹 등으로 보수당 정부가 국민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보수당 의원 대다수는 캐머런 총리가 세금과 이민, 유럽 문제에만 집착해 갈피를 못잡고 실책을 거듭해왔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한편 캐머런 총리는 7일 보수당이 지난주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것은 당이 경제지표에 주목한 채 경기침체 때 국민들이 치른 비용을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정책 기조를 바꾸라는 당내 우파의 요구를 거부하고 자신이 믿어온 공정 사회의 이행을 위해 “치열하게”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7일자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국민들이 경제를 생각할 때 적자액이나 무역수지, 인플레 전망치 등 무미건조한 수치를 통해 경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내 일자리와 가족의 미래가 안전할까? 내 자녀에게 맞는 가치있는 일자리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내 차에 기름을 채울 수 있을까? 매주 쇼핑을 하고 월말에 수지를 맞출 수 있을까? 등과 같은 질문들”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은 또 이번 지방선거 결과를 통해 “크고 명확한 메시지”를 받았지만 당내 극단 세력의 뜻에 굴복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캐머런 총리는 지방선거에서 패배한 뒤 당내 반발에 직면해 있다.
보수당 소속 나딘 도리스 하원의원은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불신임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당내 우파 진영에서도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본지특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