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차원의 재정 통합 강화 움직임에 거부권을 행사한뒤 영국 연립정부가 불협화음에 휩싸였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9일 EU 정상회의에서 다뤄진 유럽연합 차원의 신 재정협약이 영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17개국은 동일한 화폐인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으로 묶여 있지만 영국은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고 파운드화를 사용하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사실상 영국만이 EU 신 재정협약에 대한 공개적인 거부를 선언하면서 야당인 노동당은 물론 연립정부 내에서도 영국이 EU에서 외톨이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립정부내 부총리를 맡고 있는 자유민주당의 닉 클레그 당수는 거부권 행사 당일 공개적으로는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나 총리에게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가 11일 클레그 측근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클레그는 당일 아침 총리의 거부권 행사 방침을 전달받은 뒤 매우 실망감을 나타냈고 “이번 결정이 영국의 이익에 최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EU내에서 영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지난해 5월 총선이후 보수당과의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자민당은 친 유럽 성향이 강하며 특히 클레그 당수는 대표적인 유럽통합론자로 꼽힌다. 반면 보수당 당수인 캐머런 총리는 스스로를 유럽통합 회의론자로 부르고 있다. 자민당 소속인 빈스 케이블 기업부 장관도 11일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캐머런 총리를 비난하지는 않겠다”면서 “그러나 연립정부의 정책은 양당의 합의에 의한 것이며 이번 정상회담은 영국에 불리하게 끝난다”고 지적했다. 보수당내 유럽통합론자로 알려진 켄 클라크 법무장관도 정상회담 결과에 실망감을 표명했다고 영국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보수당 의원들은 대부분 거부권 행사에 지지를 보이고 있지만 자민당 의원들은 유럽에서 영국이 외톨이가 될 것이라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립정부내 찬반 양론이 양립하는 가운데 일간 데일리 메일의 여론조사 결과 62%가 총리의 결정을 지지했고 19%가 반대 입장을 보였다. 또한 EU 탈퇴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48%, 반대한다는 응답이 33%였고 영국과 EU 관계에 관해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반응도 66%에 달해 영국민들은 여전히 EU 통합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