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론 21년만에 8·15 야스쿠니 참배… 정부 ‘실망과 분노’ 일 대사 불러 강력 항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일본의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 연미복 차림의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40분께 도쿄 구단시타에 있는 야스쿠니신사에 도착, 약 15분간 경내에 머물며 본전에서 참배를 마친 뒤 총리 관저로 돌아갔다.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01년 취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나, 상징적 의미를 갖는 종전기념일 참배는 피해왔다. 일본의 현직 총리가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를 참배하기는 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 이후 21년 만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올해 “언제 참배해도 비판 받기는 마찬가지다”며 종전기념일 참배를 예고해왔다.
오는 9월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가 임기 마지막 해에 선거공약이었던 종전기념일 참배를 강행한 것은 약속을 지킨 총리로서 역사에 기록되려는 집착 때문으로 보인다. 또 한국, 중국 등 이웃나라들의 반발도 자신의 퇴임과 함께 수그러들 것이라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과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이 같은 행보가 일본이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려는 속내를 드러내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판, 참배 자제를 촉구해 왔다.
외교통상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어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 일본의 군국주의와 침략의 역사를 미화하고 정당화하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또 다시 참배한데 대해 깊은 실망과 분노를 표명한다”며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는 물론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저해하는 일이 다시는 없게 되기를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오시마 쇼타로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부르고, 라종일 주일대사를 일본 외무성에 보내 강력하게 항의하며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이날 모두 56명의 일본 여야 의원들이 야스쿠니를 집단 참배했다.
오마이뉴스 /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