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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나에게 베풀어진 모든 은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코리안위클리  2005/11/24, 06:01:15   
가슴 한 구석이 텅 빈 것 같아
공원에 나서니
숱한 추억들은 붉게 물들어
낙엽 지는데
싸늘한 바람 속에서
고독의 안경알을 닦는
남루한 나의 영혼
외투 깃을 세우고 바라다보는
안개 속 얼굴들의
간절한 목소리

아, 아, 떠나는 사람의 뒷모습처럼
마지막 아름다움처럼

뒹구는 가랑잎
쓸쓸한 가장자리
텅 빈 가슴에
고이는 고독은
무엇일까?

낙엽은 지는데
고독은 쌓이는데
가슴 한구석이 텅 빈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니
내가 낙엽 되어 지고 있다.

<나의 시 ‘가을의 고독’>

내 서재에서 잘 보이기 때문일까요? 나에게는 자작나무가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는 가로수입니다. 창을 가득 메운 자작나무 이파리들, 그 잎을 하나 둘 떨어내며 서있는 모양이 처량하고 불쌍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계절을 한껏 느끼게 해주니 기특하게 여겨집니다. 그 자잘한 이파리가 멋없이 떨어지다 지나가던 어깨를 건들이기라도 하면 문득 하늘도 보게 되고 계절도 보게 됩니다. 쌓여있는 자작나무 낙엽위를 걸으면 바스락 부스져 내리는 것이 어쩌면 소박하게 살다 사라지는 평범한 착한 사람들 같이 느껴집니다.
추워지는 계절에 땅을 덮는 낙엽처럼, 오히려 어렵고 힘들 때의 삶의 기반, 디디고 선 그 자리를 감싸는 사람들, 세상의 듣기 싫은 이야기들, 구질구질한 일들을 겪으면서도 묵묵히 견디는 사람들, 멋부릴 줄 모르지만 흘러가는 세월속에 다른 이들을 슬쩍 어루만지며 고통을 나눌 줄 아는 사람들, 대단한 힘은 없어도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는 사람들이 참 보고 싶은 계절입니다. 그들 중에 당신도 한 사람이겠지요?
그런데 서로의 정만 확인하다 어설픈 마음으로 이야기를 끝낸 적은 없습니까? 이게 다는 아닌데, 사실 나도 뭐라고 해야 진정한 위로가 되는지 모르겠다 싶어 섭섭한 마음으로 돌아선 적은 없습니까? 속이 시원하고 쫘악 가라앉는 마음이 무엇인지는 아는데 그 상태가 되지 않아 답답하지는 않았습니까?
그럴 때 하늘을 바라보십시오. 들판에 혹은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본 적이 있습니까? 높이 달려 있다 떨어져도 낙엽은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하소연을 해도 알아들을 사람이 없을 때, 누군가 내게 도움을 청하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을 때 어디를 향하고 있습니까?  하늘을 바라보십시오. 그 속에 진짜 인생의 해답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가 바라던 그리움이 채워집니다.

살아오는 동안
언제나 사람들 속에 지내면서
너무나 깊이 사람들을
사랑하다보니
언제나 그 사랑 때문에
아파해야 하고
이제는 내 자신도 힘들어져서
사람 꼴이 말이 아니고
무엇보다 그것이 괴로워
견딜 수 없다고
하나님 앞에 고백했더니

하나님께서는
“그건 사랑이 아니고
욕심이었다“라고 말씀 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린애 같은 마음이 되어
사랑하며 살기로 했다.

<나의 시 ‘고백’>

얇아진 달력을 바라보며 시간은 화살같이 흘러간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게 되는 시간입니다. 한 장에 두 달씩 그려진 달력들은 이제 그 마지막 장만이 남아 있습니다.
오 헨리이지요? 마지막 잎새라는 단편을 쓴 작가가 있습니다. 폐렴에 걸려서 죽을 날만 기다리던 젊은 화가가 마지막 잎새, 비바람 속에서도 의연히 줄기가 붙어있는 마지막 잎새를 보면서 새 의욕을 갖고, 그리고 몸을 일으킨다는 감동적인 내용을 누구나 기억하실 겁니다.
한 장 남은 달력이 마지막 잎새 같은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엉뚱한 것일까요?
11월, 지금 우리를 감싸고 있는 이 시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해도 이제는 저물어 간다는 서글픔일까? 그런 감상은 해마다 반복되어 이제는 진부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겨우살이 준비를 서둘러야 되겠다는 걱정일까? 그런 각박한 현실 문제에서 계절의 의미를 찾는다면 우리의 생활은 너무나 메마른 것이 되고 맙니다.
11월의 의미, “감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나의 삶이 이 한 해 연장되고, 비록 기복은 심했지만 시간의 모래밭 위에 발자국 하나 더 찍을 수 있었다는 것, 머리숙여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은 한 해 자신의 사업이 성장된 것을, 학문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식의 연못이 깊어진 것을, 농부는 한해의 수확을,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라면 자신의 경험이 그만큼 더해 진 것을 감사드려야할 시간이 11월입니다.
“내게 있어서 올 한 해는 험난한 일들 뿐이었고, 내 생활은 너무나 각박해서 감사할 것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싶은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스라고 하면 고대 역사의 중심지로 찬란한 문화를 마음껏 자랑하던 나라라는 것을 잘 아실 겁니다. 힘든 일은 다 노예들이 하고, 그리고 자유민들은 잔치와 토론과 운동경기로 시간을 보내던 그런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언어학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그리스 시대에는 ‘감사’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감사’라는 말이 있기는 했으나 아무도 이 말을 쓰지 않아서 ‘죽은 말’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면 풍성한 생활을 한다고 해서 감사가 우러러 나오는 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거의 사라질 뻔했던 감사라는 그리스 말을 되살려 놓은 것은 초기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초기기독교인’이라고 하면, 로마 정부의 박해를 피해서 카타콤이라고 하는 지하 공동묘지에 모여 살면서 초조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그런 생활을 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생활가운데서도 초기 기독교인들은 해가 저물면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을 감사드리고, 동이 터오면 지난 밤을 안전하게 보내고 새아침을 맞을 수 있는 것을 감사드리고, 감사에서 감사로 이어지는 생활을 하였습니다. 이것을 보면 감사란 것은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머리를 숙일줄 아는 고귀한 성품을 가진 사람들에게 주어진 특권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베풀어진 모든 은총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포장해서 기억의 창고 속에 간직하는 지혜보다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이 지혜를 갖지 못한 사람은 지난 일들을 시간과 함께 흘려보냅니다. 장래만 바라보면서 현재를 버립니다. 장래는 불확실한 겁니다. 과거와 현재의 축복을 내 던지고 불확실한 것만을 좇는 어리석은 사람이 없었으면, 이런 소박한 기원을 가져봅니다.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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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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