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저귀는 새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창문을 활짝 열고 맑은 공기를 깊이 들여 마십니다. 나무 향기, 꽃향기가 가슴 속으로 들어옵니다. 아! 아름다운 이 아침, 아름다운 이 자연을 옆에 두고 즐길 수 있다니, 나는 너무 행복한 사람입니다. 다시 한번 나무에게 감사하며, 꽃님께도 감사하며 아름다운 자연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모 증권회사 부장으로 근무했던 40대 중반의 친구의 친구가 한명 있습니다. 연봉이 억대가 넘고 전도유망해서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던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습니다. 그런데 큰 시련을 맞게 됐습니다. 회사도 다니지 못하게 됐고, 투자했던 주식도 다 휴지 조각이 돼 산더미 같은 빚만 남게 됐습니다.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어서 이 사람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루는 죽을 결심을 하고 한강변으로 나가 준비한 농약을 마시고 강으로 뛰어들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죽으려니 용기가 나지 않는데 그 순간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고 합니다. “죽을 결심으로 살면 못할 것이 없다.”
생각을 고쳐먹은 그는 집으로 일단 돌아왔습니다. 앞으로 앞날에 대한 고민 끝에 그는 밑천이 적게 드는 김밥 장사를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다니던 바로 그 회사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같이 일하던 동료 직원들과 부하 직원들에게 김밥과 도시락을 팔기로 한 것입니다. 예전 같으면 부끄럽고 창피해서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생각을 고쳐먹고 나니 할 수 있었습니다. 사무실마다 다니며 주문도 받고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매상도 제법 많이 오르게 됐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느냐?”고 누군가 물었습니다.
“생각을 바꾸니 못할 것이 없더라! 문제는 생각이다”라고 그는 대답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생각을 바꾸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과거에 도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도 바뀌는 것입니다.
인생도 알고 보면 옆 사람과 비교하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에서, 자기 스스로와의 경주에서 이겨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인생 경주에서 어떤 사람은 실패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성공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모든 일이 내 생각 내 마음 먹기에 달려 있습니다. 내 생각을 바꾸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생각을 바꾸면 우리의 불행도 행운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바꾸면 고난도 연단을 통하여 더 큰 승리의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희망적으로 바꾸고 인생의 경주에서 승리자가 되고 싶습니다.
2.
천상병이라는 시인이 있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에 그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푸르른 꿈도 펼쳐보지 못한 채 그의 삶은 시들어 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죽음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는 <귀천>이라는 시를 남겼습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좌절과 분노와 원망과 불평을 퍼부어대며 살 수밖에 없는 자리에 있으면서도 그는 생각을 달리하여 하루하루를 ‘소풍가는 날’처럼 즐겁게 살았노라고 이 시에서 노래했습니다.
유명한 미술가 루오의 판화에 재미있는 제목의 판화 한점이 있습니다. 그 판화의 제목은 ‘향나무는 자기를 찍는 도끼날에도 향을 묻힌다’입니다. 괴롭히고, 아픔을 주고, 상처를 주는 도끼날에도 독을 묻히지 않고 오히려 향을 묻혀 주는 향나무, 우리에게도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습니다. 그것들이 우리에게 좌절을 주고 아픔을 주고 때론 분노와 절망을 일으킵니다. 그러나 그때그때마다 ‘소풍가는 날처럼’ 생각을 바꾸어 살고 싶습니다. 또 ‘자기를 찍은 도끼날에도 향을 묻혀주는 향나무처럼’ 달려가고 싶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삶이 그런 삶이었습니다. 비방하고 멸시하고 죽이려는 자들 앞에서 오히려 그들을 용서하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입니다. 나를 찍으러 달려오는 사람들 앞에서도 예수의 향을 묻혀주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3.
진 웹스터가 쓴 <키다리 아저씨>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을 마치 경주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려고 헉헉거리며 달리는 동안 주변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는 모두 놓쳐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경주가 끝날 때쯤 자기가 너무 늙어 버렸다는 것을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가까이 있는 것,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 소중한 것인데 우리는 멀리있는 것만 보다가 소중한 것을 놓쳐버리고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욕망을 비전으로 착각하고 누구를 위한 것인지도 잃어버린 채 앞만 보고 달리다가 그것이 실패라고 깨달아진 후에는 얼마나 많이 절망하는지 모릅니다.
어느 시인이 이런 표현을 했습니다.
죽어 버릴까. 아니면 이 불행한 삶을 계속해야 하나
해질 무렵이면 언제나 화두처럼 떠오르는 이 질문을 가슴에 안고
아가를 업은 나는 골목을 서성인다.
이혼을 할까, 아니면 이 우울한 결혼을 계속할 것인가,
……중략
아가를 업고 서성이는 골목길 안에서
나는 너 때문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네가 만든 영화 속에
나는 몹시 아픈 환자의 역할을 맡은
약물시음용 배우인 것만 같다.
가장 소중한 사람끼리 서로 아픔이 되니 비극입니다.
빨리 가봐야 별 수 없는데 무엇을 위해 달려가는지?
나를 기다리며 서성이는 나의 지체를 생각하며 하루 하루의 창을 열고 싶습니다.
소중한 사람이 더 이상 내가 만들어 놓은 영화 속에 슬픈 배우가 되지 않기 위해 소중한 것부터 챙기는 지혜를 갖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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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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