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칼럼니스트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글짜크기  |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3 세계는 빵으로부터 시작됐다
코리안위클리  2010/09/01, 05:01:48   
먹거리뿐 아니라 서양문화 ‘상징성’ ‘정체성’ 지녀
가족 family = 같은 빵을 먹는 사람

빵 좋아 하세요?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어머 당근 이지요!”라는 대답이 단숨에 튀어나올 것이다. 반대로 중년을 넘긴 세대들은 대개 “글쎄요. 그게… 먹기는 먹는데… ”라며 좋아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인다. 밥을 주식으로 하는 동양문화권에서 자란 기성세대가 빵을 일용할 양식의 한 방편으로 먹는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서구 사회에서 빵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아주 중요한 먹거리일 뿐 아니라 중요한 상징과 정체성을 담고 있다. 즉 빵은 서구 사회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다.
사회학자들은 서양 문명에 있어서 소비의 확연한 두 기둥이 빵과 포도라고 설명한다. 기독교 문화권인 서구 사회에서 ‘빵과 포도주’ 이 두 가지 만큼이나 더 선명하게 서구 사회를 대변할 수 있는 ‘상징성’과 ‘정체성’을 지닌 음식이 대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일찍이 호메로스는 인간을 정의할 때 ‘빵을 먹는 사람’이라 했고 위대한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세계는 빵으로부터 시작되었다’라고 했다.
누가 독자 여러분들께 지금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려 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사용하는 ‘가족-family’라는 말은 ‘같은 빵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친구’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영어 단어 ‘companion’은 ‘companaticum-빵과 함께’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 따라서 ‘친구-companion’은 ‘빵을 같이 먹는 사람’이란 뜻이다.
인간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가족’ 그리고 ‘친구’ 라는 이 두 단어에 가장 핵심적인 의미의 근간으로 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아주 의미심장하고 놀라운 일이다. 따라서 필자와 독자 여러분이 살고 있는 이 서구 사회에서 빵이 없는 식탁을 상상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서구 문명를 대변하는 빵의 역사는 6천년이 넘는다.
때론 현금으로 때론 접시로도 사용될 만큼
사회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지닌 음식이다.


빵의 기원
원조 빵은 이집트에서 시작됐다. 약 7천 년의 이집트 역사 중 빵은 이들과 6천 년을 나란히 지내온 역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이만한 연륜이면 수많은 먹거리중에서 가히 ‘원로 중의 상 원로’급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고대무덤의 벽화를 보면 이집트인들은 기원전 25세기경에 벌써 놀랄만한 제빵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근동의 문명이 서구로 넘어올 때 빵도 함께 건너 왔다. 이집트의 원조 빵을 좀더 업그레이드 시킨 사람들이 그리스 인들이다. 고대 아테네 사람들은 적어도 서른두 가지 이상의 전통적인 빵을 먹었다고 하니 얼마나 빨리 그 사회에 뿌리를 내렸는지 짐작이 된다.
로마의 문명 대부분이 그리스에서 건너 왔듯이 그리스 출신의 훌륭한 제빵 기술자들이 로마로 이주한다. 바야흐로 서구사회에 빵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주(1)
기록에 의하면 기원전 30년경 그리스인들이 운영하는 빵집이 로마에는 약 329개나 있었다고 하니 놀랄만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지금 런던에는 한식당이 몇 개나 있을까? 한식 세계화를 거창하게 외치고 있지만 큰 변화가 없는 한국의 음식문화 정책을 보면 필자의 가슴이 답답하기 그지 없다.주(2)
고대와 중세 시대 빵은 물물교환할 때 현금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서구사회에서 빵은 일상적인 삶에서 그만큼이나 중요하고 필요한 것이었다.
당대의 빵들은 모두 구워서 먹은 단단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즐기는 보들보들한 속살에 향취 또한 구수하기 그지 없는 각양각색의 빵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물론 중세에서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양의 빵이 있었지만 ‘트렌쳐’라고 불리운 이 못생기고 조악한 빵은 정말 볼품없는 수준이었다.

빵접시의 사용

빵을 먹는 과정에도 신기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서양사람들이 폼잡고 자랑하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만 하더라도 이들의 식탁에는 제대로 된 접시가 없었다. 세련된 왕실이나 위풍당당한 귀족들 조차도 그들의 위상에 걸맞는 멋진 식기 조차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세련된 접시라고 해 봐야 나무접시가 고작이었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잘 알려진 도자기 접시나 주석은 겨우 17세기 말경에 가서야 프랑스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음식을 먹었을까? 놀라지 마시라. 그들이 사용한 접시는 바로 빵이다. 아니 빵을 접시로 사용하다니 이 무슨 해괴망측한 짓이란 말인가?
누룩을 넣지 않고 구운 꺼칠 꺼칠하고 단단한 통밀빵을 건조한 상태에서 수 일간 보관하면 종이처럼 아주 딱딱하게 변하게 된다. 오늘날 야외파티 때 사용하는 종이 접시보다 더 두껍고 단단한 것이다. 종이처럼 단단하게 굳어진 이 빵으로 된 접시(?)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용도에 맞게 접시로 사용했다.
이 빵접시 위에 소스와 고기를 얹어서 폼나게 먹었다고 하니 과연 그 폼나는 모습을 독자는 상상을 할 수 있을까.
더 놀라운 사실은 빵 접시에 담긴 음식을 다 먹은 후 아직도 위장에 허기가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이 접시를 야금 야금 씹어 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간혹 이 빵접시들을 가난한 거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이 접시는 아주 영양가 있는 일용한 양식이 되었을 것이다.

‘밥과 차’로 대변되는 불교 문화권과 ‘빵과 포도주’의 기독교 문화권은 마치 전혀 다른 색상을 비교하는 것처럼 확실한 차이가 있다. 이렇게도 다른 두 문화권을 동시에 체험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과 필자는 아주 행복한 문화 수용자의 혜택을 입은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 어떤 한 개인으로서 이렇게 확연히 다른 두 이질적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문화를 겪는 과정에서 세대차이와 개인의 성향에 따라 각각 다르게 느끼는 불편함이 있음을 이해한다. 이러한 불편함도 수용해 가는 과정이 바로 문화인으로서 역량을 키워나가고 삶의 부피를 넓혀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세계 문화인으로 거듭나는 독자가 많았으면 필자는 정말 좋겠다. 그것이 이국에서 우리의 토대를 더 굳건히 하는 일임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주(1)
빵의 전환기에는 여러 장르가 있는데, 너무 많아서 부분 부분 생략했음. 부족한 부분은 ‘빵과 프랑스 혁명 이야기’에서 다시 소개하겠다.
주(2)
영국인의 외식 트렌드를 분석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구체적인 아쉬움은 아주 많다.


글쓴이 정 갑 식
gsjeung@hotmail.com

국립 강원대학교 관광경영학과에 출강하던 지난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와서
음식문화 분야의 박사과정을 거치며 14년째 영국에 생활중.
현재 런던에서 외식산업 컨설턴트로서 Eating out trend를 분석하여
business market road map을 제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식문화 월간지 ‘에센-ESSEN’에 유럽 음식문화 칼럼을 쓰고 있고
계간지 ‘한국 현대 문학관’에 영국의 유명 작가들을 소개하는 칼럼을 연재 중이다.

ⓒ 코리안위클리(http://www.koweekly.co.uk),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작성자
정갑식 음식칼럼니스트    기사 더보기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5 영국 전통음식(?) ‘피시 앤 칩스’ 2010.10.06
생선과 감자 튀김 조합 영국서 시작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4 유럽사에서 중요한 생선 ‘대구’ 2010.09.15
대구 어업권 놓고 전쟁 치른 아이슬란드와 영국 …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 설정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3 세계는 빵으로부터 시작됐다 2010.09.01
먹거리뿐 아니라 서양문화 ‘상징성’ ‘정체성’ 지녀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2 인간은 ‘먹을 것’ 때문에 진화했다 2010.08.17
안전하게 잘 먹기 위해 생각하고 도구 사용 … ‘먹거리’ 확보 학습, 사고·지능 향상시켜
재미있는 음식이야기 1 연재를 시작하며 2010.08.04
경계와 장르 뛰어넘는 폭넓은 ‘음식 이야기’ 풀어 갈 것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통    2024.02.22   
찰스 3세 국왕 뉴몰든 첫 방문    2023.11.09   
해군 순항훈련전단, 런던한국학교서 문화공연 가져    2023.11.05   
찰스 국왕 새 지폐 6월부터 유..
31일 서머타임 시작
제 22대 국선 재외선거 신고·..
영국 차보험료 사상 최고 기록
넷플릭스의 웨스트 엔드 진출 의..
영국,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
영국 투자 부동산에 대한 세금..
‘한식 전파 프로젝트’를 시작합..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당..
영국 2월 집값 상승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B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
Cavendish House, Cavendish Avenue, New Malden, Surrey, KT3 6QQ, 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