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저평가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장애가 된다”
vs
“현재 중국 금융환경에서
변동환율제 도입은 무리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둘러싼 국제 ‘환율전쟁’이 점입가경을 치닫고 있다.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로마노 프로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 미국·유럽 경제를 대표하는 거물들이 최근 공개적으로 중국 통화당국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반면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대표하는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중국의 고정환율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 16일 미국 의회에서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유지할 경우 자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그동안 개입을 주저했던 미국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신호로 비쳐졌다.
이어 프로디 EU 집행위원장도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위안화의 저평가가 세계 금융시스템에 장애가 된다”며 “중국 정부에 이 문제를 공식 제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미국·유럽 정부가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중국의 불합리한 환율 제도 때문에 자국의 경제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당장 위안화를 평가절상시킬 수 없다는 공식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엔 환율이 불안해져 외국인투자와 수출이 감소할 경우 취임 1년도 안된 후진타오 주석의 정치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스티븐 로치 등 뉴욕 월가의 일부 인사들도 “서방 국가들이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며 중국 정부를 감싸고 있다. 로치 수석은 지난 14일 “중국의 수출 증가액 중 65%는 중국에 진출한 서방 기업들 제품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며 “유일하게 역동적인 중국 경제를 속박할 경우 전 세계적 불황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에 주재하는 홍콩상하이은행(HSBC), JP모건 증권 등의 이코노미스트들은 “현재 중국 금융환경에서 변동환율제 도입은 무리”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내년까지 절충안으로 환율변동폭을 2~3% 정도까지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환율 전쟁’에 대한 중국인들의 반응은 곱지않다. 중국 최대 인터넷사이트인 시나닷컴(www.sina.com)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77.4%가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은 미국의 음모”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