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화 약세… 한국인 여행객 돈쓰기 어려울 듯… 영국내 휴가 늘어
유럽을 찾는 많은 한국인들이 “모든 것이 너무 비싸 돈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불과 1년 전만해도 유로화가 1천2백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천4백원 전후로 20%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파운드화 역시 2천원 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유럽에서 화장품이나 의류 등의 명품을 사도 한국에서의 구입가격과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이 조금 싸다 해도 여행기간동안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니는 ‘수고’까지 생각하면 더욱 사고싶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국의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쓸 돈 여유가 없는데다 한국의 백화점이나 상점들의 계속되는 가격할인도 유럽에서의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파리, 런던, 로마, 비엔나 등의 선물가게와 면세점들은 상당수가 폐업 혹은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이며 감원 혹은 점포축소 등의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의 아시아인을 상대로 한때 ‘떼돈’을 벌던 많은 곳들도 사스에다 세계적인 불경기로 인해 극심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여름 성수기를 기대해보곤 있지만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기대된다.
■ 영국인과 유럽대륙
최근 유럽에 다녀온 재영한인들은 “대륙 물가가 영국보다 훨씬 비싸더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동안 £1= ?.6 였으나 올 들어서만 8%가 오른 ?.45로 치솟으면서 유럽여행 비용이 급격히 비싸졌기 때문이다. 한달 전만해도 ?.4 까지 치솟은 유로 초강세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7월 들어 유럽경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면서 유로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파운드화와 원화에 대해서는 가치가 높은 편이다.
프랑스에서의 콜라나 맥주 한 잔 평균가격은 £3이며 일부 관광지에서는 £8까지 받는 곳도 있다. 그리스에서는 1주간 차 렌트 비용이 £450까지 들기도 한다.
유럽 대륙의 식당, 가게 그리고 호텔의 가격이 유로 환율 때문에 15∼20% 정도까지 더 오른 셈이다.
이태리나 스페인의 물가가 영국보다 ‘옛날’에는 저렴했으나 유로화 사용 후에는 ‘잔돈 반올림’ 등의 편법으로 가격이 오른 데다 최근 환율 급상승까지 겹쳐 영국인으로서는 ‘돈쓰기’가 겁나게 된 것이다.
파리, 비엔나, 뮌헨 등의 일상용품 가격이 유럽에서 가장 비싼 물가를 자랑하던 런던보다 더 비싸다는 경제조사도 계속 발표되고 있다.
영국보다 상당히 싼 물가를 보였던 더블린, 로마, 바르셀로나 등도 계속되는 가격상승으로 런던과 대등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영국 자동차값이 유럽에서 가장 싼 편이라는 이례적인 조사도 최근 발표됐다. 벤즈와 BMW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차종에서 영국 판매가격이 가장 낮은 근본원인도 유로화 강세임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영국인들도 파운드화 가치하락, 테러 공포 그리고 교통수단의 잦은 파업과 연발·연착 등으로 대륙 여행 대신 영국내 휴가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영국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영국에서 휴가 보내기’ 캠페인을 적극 벌이고 있다. 비가 거의 오지 않고 20∼25도를 유지하는 좋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영국 관광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 해변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자동차의 물결로 정체현상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영국관광업 관계자는 “해변가 숙소는 7∼8월의 예약이 다 채워졌으며 심지어 9월에도 방을 잡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