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실패와 관련한 책임공방에 휩싸인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이 이번엔 아들문제로 외교부에 무리한 압력성 요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김위원이 미국 사법당국에 의해 불가리아에서 체포된 아들 정훈(45·미국명 존 킴)씨의 석방 문제를 이번 올림픽 유치활동과 연계시키며 정부에 도를 넘어선 구명운동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김위원이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통해 외교부에 여러 차례 정훈씨의 석방에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평창 올림픽 유치에 김위원의 영향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의 발언은 김위원이 적극적인 올림픽 유치활동을 아들 문제와 연계시키겠다는 뜻을 정부 쪽에 내비쳤음을 보여주고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속한 김위원은 또 정훈씨의 구명을 위해 외교부에 외교관 여권 발급을 요청하는가 하면, 고위 인사를 불가리아로 보내 현지에서 석방활동을 벌여달라는 요구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민간인에게 관용여권을 발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대신 문화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 5일 이수혁 차관보를 불가리아에 파견하기로 결정했으며, 이차관보는 8일 오후 대한항공편으로 불가리아로 출국해 12일 돌아오는 일정을 잡았다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이차관보는 “항공편은 혹시 출국할 것에 대비해 미리 마련한 것”이라며 “불가리아 사법당국의 일이라 외교 차원의 정부 노력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4일 불가리아에 가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정훈씨는 2002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 미국의 솔트레이크시가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들을 매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 영주권 부당 취득 △미 연방수사국 조사 때의 위증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월18일 불가리아에서 구금됐으며, 8월16일 이전에 미국 인도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