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개발·소유하고 있다는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영국 정부 보고서의 진위 보도를 두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과 세계 공영방송의 효시인 간에 한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라디오방송 기자인 앤드루 질리갠이 영국 정부가 지난해 9월과 올해 2월에 작성한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사담 후세인과 전쟁을 하도록 총리실이 교묘하게 ‘애무(sexed up)를 했다’고 폭로하면서다.
첫번째 보고서는 사담 후세인이 얼마나 위험한 인물이고, 두번째 보고서는 사담 후세인이 어떤 위험한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를 담고 있다. 특히 두번째 문건은 후세인이 ‘45분 내에’ 생물·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영국의 이라크 전쟁 참전을 정당화하는 데 결정적으로 활용된 문건이다. 물론 토니 블레어도 두 문건의 보고를 받았었다.
질리갠 기자가 영국 정보부 직원의 내부 정보를 받아 두 문건을 분석한 결과, 두번째 보고서는 “블레어 정부의 캠벨 홍보기획수석이 영국 정보부와 함께 어느 박사학위 논문의 내용을 표절했고, 또 인터넷에 떠다니는 내용을 긁어모아 작성한 신뢰하지 못할 보고서”라고 폭로했다. 이에 격분한 캠벨은 방송의 보도본부장인 리처드 샘브룩에게 질리갠을 비난하는 편지를 보냈다. 이에 대해 샘브룩은 “독립방송이자 공영방송인 와 우리 기자를 그런 식으로 공격하는 것은 정당성이 없다”고 응수했다.
영국 정부와 간의 논쟁이 가열되자 하원 외교위원회는 특별조사를 추진하고 나섰다. 왜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지 못할까. 영국 정보부는 왜 자국이 전쟁에 참여하도록 잘못된 정보를 고의로 제공했을까. 위원회는 이 같은 의문점은 물론 문건 진위에 대한 보도를 둘러싼 영국 정부와 간의 논쟁에 대한 평결을 내리게 된다.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질리갠과 캠벨은 청문회에 나와 증언을 했다. 이 과정에서 집권당인 노동당의 필 울러스 국회 부의장은 질리갠이 외교위원회를 오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자 질리갠은 부의장이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을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영국판 ‘워터게이트’사건으로 발전할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유럽 언론의 평가다.
중앙일보